매일신문

금감원·지역 CEO 간담회,"꽉 막힌 담보대출, 中企 좀 살려달라"

금융감독원은 25일 성서산업단지에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실시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성서산업단지 입주업체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금융감독원은 25일 성서산업단지에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실시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성서산업단지 입주업체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역 중소기업 CEO들이 느끼는 대표적인 금융 애로 사항은 대출 시스템의 경직성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중소기업 금융 지원 강화를 위해 25일 성서산업단지에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행사를 가졌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하춘수 대구은행장과 류재봉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장, 지역 금융계 인사와 성서산업단지 입주업체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성서산업단지 입주업체 대표들은 한결같이 담보대출의 유연성을 주문했다.

최병준 아이알시스템 대표는 "성서산업단지의 경우 실거래가의 80% 선에서 담보가액이 결정되고 은행은 담보가액의 80%를 대출해 주는 것이 공식화 돼 있다. 중소기업이 대출을 통해 손에 쥐는 금액은 실거래가의 65%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 획일적인 담보대출 산정 방식에서 벗어나 대출 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그는 "연대보증이 폐지된 후 변형된 형태의 연대보증이 출연해 폐해를 낳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임직원 보증을 요구하는데 이는 새로운 연대보증 방식으로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찬동 태양산업 대표는 대출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석 대표는 "금융기관에서 대출 심사를 할 때 담보물만 보지 말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능력은 되는데 담보물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대출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음이 남발되는 문제도 거론됐다. 손석현 성진포머 대표는 "기업이 어음 발행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발행 요건을 엄격하게 제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도로 인한 연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고의 부도는 악성 범죄인 만큼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곤 영풍물산 대표는 패스트 트랙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패스트 트랙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 조 대표는 "패스트 트랙을 이용한 전력이 있는 기업은 대출 심사 때 불이익을 받고 있다. 추가 대출이 어렵고 추가로 신용보증서를 발급 받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 마치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처럼 낙인 찍힌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대표는 "대기업이 어음을 발행하는 관행이 아직 남아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을 획일적으로 구분하지 말고 기업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기관이 대출 심사를 할 때 기업의 잠재력 뿐 아니라 CEO 역량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삼아야 한다. 금융권은 대출에도 창의력이 발휘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권 원장은 "패스트 트랙이 기업에게 좋지 않는 꼬리표가 되는 현실은 시정하겠다. 또 어음 제도와 서울보증보험의 연대보증 문제도 실태 파악 후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어음 발행 심사를 더욱 철저히 해서 어음 발행 남발로 인한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담보대출 평가 내규를 바꿔 담보대출 금액을 최대한 높이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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