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기탁 기간이 끝났습니다.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재기탁해 주시겠습니까? 기증해 주셔도 좋고, 저희가 구입을 해도 좋습니다."
이달 초,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이 명덕초등학교 교장실로 찾아왔다. 이들은 대뜸 이인성의 1939년 유화 작품 '사과나무'(91×117㎝'사진)가 명덕초교 소유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탁 중인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명호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이인성의 작품 이야기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니 당연한 일. 일부 원로 미술인들 사이에서 '명덕초교 복도에 이인성 작품이 있었다'고 회자되던 이야기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인성의 '사과나무'는 50호 크기로,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작품. 1972년 한국미술출판사가 발행한 '이인성 작품집'에는 '명덕국민학교 소장'이라고 나오다가 1977년 금성출판사가 발행한 '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 100인 선집'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이라고 기록된다. 그러다 올해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이인성 탄생 100주년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탁 작품'으로 변경됐다. 한 작품을 두고 소유자가 바뀌면서 '장물' 의심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취재 결과 명덕초교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를 위해 명덕초교에서 빌렸다가 기탁받은 것.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그동안 우리 미술관 소장이라고 나간 것은 외부 출판사들의 오류일 것이다. 정식 기탁 장부에 등재된 만큼 기탁자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돌려주겠다"고 했다.
'사과나무'는 기탁 작품이라는 이유로 현재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에는 걸리지도 못했다. 기탁 작품의 경우 기탁자의 동의를 얻어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대미술'전에 전시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 가격이 10억원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보다 훨씬 작은 작품인 8호 크기(38×45㎝) 1941년 작 '사과나무'가 2006년 12월에 열린 한 미술품 경매에서 3억9천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기 때문.
한 전문가는 "명덕초교 소장품인 것이 확인된 만큼 대구시가 조금만 노력하면 대구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이인성 작품 소장에 열의가 없었던 대구시가 기증 또는 기탁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했다. 이인성을 배출한 대구에는 겨우 수채화 한 점만 대구미술관에 소장 전시돼 있다.
대구교육청과 명덕초교 측은 "내부적으로 협의 중이며 결론난 것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미술인들은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탁했던 1970년대에는 대구에 마땅한 수장고도 없었지만 이제 대구미술관도 생긴 만큼 이인성 작품을 대구로 돌려받아 많은 시민들이 관람하고 자부심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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