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복지 예산 100조 원, 그래도 더 늘리겠다는 여야

'복지 예산 100조 원 시대'가 열렸다. 내년 정부 예산 중 복지비는 4.8% 늘어난 97조 1억 원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부가 이차(利差) 보전 방식으로 지원하는 주택 자금 5조 5천억 원이 빠져 있다. 이를 포함하면 복지 예산은 102조 6천억 원으로 실제 증가율은 전체 예산 증가율(5.3%)의 배가 넘는 10.8%에 달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복지 예산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안마다 극한의 대치를 보여주고 있는 여야 대선 후보들이 복지 예산을 늘리는 데는 의기투합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부터 이런 복지 포퓰리즘 대열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예산안에 포함된 0~2세 전면 무상보육 폐기에 대해 박근혜 대선 후보는 "총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인 만큼 지켜져야 한다"고 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극치"라고 거들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이래서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장단을 맞추고 있다.

복지비 증가는 그 자체로 탓할 것이 아니다. 정부가 국민을 잘 보듬겠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이런 원칙을 무시한 퍼주기식 재정 운영의 필연적 귀결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의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는 복지 지출을 합리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같은 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사방에서 나오고 있다.

여야는 예산심의를 대선 전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되고 민주당 역시 제1의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 집권만을 생각하는 소아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은 예산심의에서 국가를 생각하는 원숙한 여당과 야당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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