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성동 유림마을은 노후를 보내고 싶을 만큼 포근하고 아늑한 마음의 고향 같았다. 그런데 3년 전인 2009년 12월 이 마을에 큰 불행이 닥쳤다. 어르신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경주 남사재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함께 놀러 갔던 일행 중 20명이 돌아가셨고, 6명이 크게 다쳤다. 살아남은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한날한시에 제사를 모셔야 하는 집들이 소복이 모인 유림마을은 떼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쑥대밭이 됐다. 여기에 경주시가 평생학습을 들이댔다. 거듭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유림경로당에 찾아가는 평생교육 판을 벌여놓고 노인들에게 배우러 오라고 했다.
기가 찬 어르신들이 마지못해 나와서 웃음치료 심리치료 미술치료 종이접기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모여서 배우고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을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가 지구상에 숨겨진 마지막 보물로 평가하는 평생학습의 효과가 유림마을에서 입증되었다.
붕괴 직전 마을공동체를 살려낸 경주시는 평생학습을 통한 지역사회 재구조화에 불을 댕겼다. 2011년 5곳, 2012년 10곳 경로당에 찾아가는 평생학습을 적용했고,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평생교육사를 별정직(7급)으로 발령냈다. 계약직, 비정규직에 머물면서 직렬화를 시도하고 있는 전국 평생교육사들에게 경주시는 꿈의 도시이다.
2011년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평생학습대상을 수상한 대구 동구는 '두런두런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education)과 학습(learn)을 향해 달려가는(Do Run) 의미를 담고 있는 동구청의 두런두런 사랑방은 학습자만 있다면 경로당이든, 주민자치센터든, 학교든 어디든지 찾아간다. 동구 신암3동 등 8개 마을에 25개 두런두런 사랑방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근거리에서 밑바닥 평생학습 요구를 찾아내서 버텀업식 지원을 해주는 리더는 마을평생교육 지도자들이다. 지난해 동구청이 30여 명 배출한 것을 포함, 이미 대구경북에는 1천200명의 마을평생교육 지도자들이 지역 밀착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역을 살리고 만인을 살리는 비법, 10월 5~7일 금호강 동촌 일대에서 열리는 동구평생학습축제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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