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전국체육대회가 10월 11~17일 대구스타디움 등 대구시 일원에서 열린다. 전국체전은 국내 17개 시'도와 이북 5도, 해외동포 선수단 2만 8천여 명이 참가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스포츠 종합 제전이다.
이번 체전은 1992년 이후 대구가 20년 만에 유치한 대회로,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대회를 개최한 대구의 역량을 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가 이번 체전은 4년 주기 올림픽의 해에 열리는 대회라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 대부분이 참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체전 개막을 앞두고 대구 체육 관계자들이 때아닌 고민에 빠져 있다. 종합대회의 개막을 알리는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최종 봉송 주자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성화대에 불을 밝힐 성화 최종 봉송 주자는 화려한 성적을 남긴 전'현직 스포츠 스타가 맡기에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끈다. 대회 주최 측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숨기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언론은 이를 사전에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올 런던올림픽 때도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는 성화 최종 주자를 끝까지 숨겼고, 언론에서는 성화 최종 주자를 놓고 추측 보도를 남발했다. 영국의 조정 스타 스티브 레드그레이브, 프로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이들은 최종 주자에게 성화를 전달하는 데 그쳤고, 예상과는 달리 영국의 남녀 스포츠 유망주 7명이 성화대에 불을 지폈다.
대구 체전도 성화 최종 주자 선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고민한 것처럼 대구시 체전기획단도 대회 성격에 맞는 뚜렷한 스포츠 스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마추어 스포츠 제전이기에 대중의 인기를 끄는 프로 스포츠 스타를 내세울 수도 없는 실정이다.
20년 전, 제73회 대구 전국체전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핸드볼 금메달리스트 이호연과 양궁 은메달리스트 정재헌이 성화 최종 주자로 영광스런 이름을 남겼다. 당시 경북고 3학년이었던 정재헌은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대구시청 소속의 이호연은 여자 핸드볼에서 우승을 이끌었다.
대구시는 이번에도 대구 소속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성화 최종 주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대구 출신 메달리스트는 있지만 대구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데 있다. 대구 오성고 출신으로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길과 오은석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으로 이번 체전에서 전북 대표로 출전한다. 대구 심인고 출신의 탁구 동메달리스트 오상은(KDB 대우증권)은 충남 대표로 출전한다. 또 대구 청구고를 나온 축구 스타 박주영은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이지만 프로 선수다.
앞서 이런 사정으로 대구시체육회 김선대 사무처장은 런던에서 굴욕(?)을 당했다. 런던올림픽 당시 시'도 사무처장들과 런던을 찾은 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시'도에서 밥을 사기로 한 약속에 따라 일행들을 대접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수 선수 양성을 등한시하는 등 대구시가 평소 체육을 푸대접한 결과다. 체육의 특성상 장기 계획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우수 선수가 육성된다. 또한 초교부터 대학, 실업까지 진학'취업의 연계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향토를 빛내는 우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구본길은 우리 지역의 자랑으로 삼성 라이온즈는 그에게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를 맡기기도 했다.
대구는 참으로 오랜만에 전국체전을 개최할 정도로 국내 대회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 개최에 집중했다. 국제대회 개최는 '대구의 국제화'라는 거창한 명분은 있지만 경제적 실속을 따지자면 전국체전에 한참 못 미친다. 유니버시아드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경제적 창출 효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 대회조직위가 과도한 인센티브와 편의를 제공한 탓에 외국인 대부분은 잘 대접받고 갔다.
그러나 전국체전은 다르다. 선수단 2만 8천여 명과 응원 오는 가족들을 포함하면 약 5만여 명이 대회 기간 대구에 머물며 숙식을 해결한다. 이들은 자영업을 하는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고객이 되는 것이다.
이번 전국체전을 계기로 대구의 체육 행정이 이름뿐인 명분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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