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황당한 탈옥

탈옥 영화의 고전은 단연 '빠삐용'이다.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의 개성 있는 연기가 돋보인 빠삐용은 바탕이 실화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감옥에서 인간 이하로 살면서도 끝내 탈출에 성공한 종신수의 얘기를 각색한 것이다.

수차례의 탈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악마의 섬으로 불리는 끔찍한 곳에 갇히지만 기어이 자유에의 꿈을 버리지 않고 야자열매 자루를 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에서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1995년 개봉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아내를 살해했다는 억울한 죄명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는 악질범들만 수용하는 지옥 같은 교도소에 갇혔다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 간부였던 주인공은 감방 벽을 뚫고 하수관로를 통해 탈옥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교도소장이 부정 축재한 돈을 빼돌리고 그 비리까지 폭로한 뒤 자유의 몸이 되어 태평양으로 향한다.

이 같은 탈옥 영화의 인기 비결은 우선 탈옥수들이 감옥에서 빠져나가는 기상천외한 수단과 방법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데 따른 동정심도 한몫하는 듯하다.

그런데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탈옥이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1980년대에 상습절도범 조세형의 '대낮 탈주'가 세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재판을 받으러 갔다가 구치소로 넘겨지는 순간 수갑과 포승을 풀고 복도 벽의 환풍기를 뜯어내고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게다가 부잣집만 털었고 사람은 해치지 않아 대도(大盜)로 불리며 은근한 동정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등장했다. 초인적인 다이어트로 몸집을 줄인 후 감방 화장실 통풍구 철망을 뜯고 빠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2년여 동안 신출귀몰한 도피 행각을 벌이며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대구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전과 25범의 피의자가 탈옥했다가 6일 만에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관이 조는 틈에 한 뼘 높이의 배식 구멍과 창살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주범이 자꾸만 억울함을 토로하는데다 경찰의 은폐 수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으니 더 황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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