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서 택배 물량이 폭증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실은 '택배 폭탄'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택배 배달원들은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배달 물량을 소화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25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아파트 경비실. 10㎡ 남짓한 경비실은 과일상자 등 택배 30여 개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두 이날 오전에 도착한 것들이었다. 경비원들이 사용하려고 갖다놓은 냉장고마저 택배 보관함이 됐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명절이면 평소보다 2배 정도 되는 택배 물품을 찾으러 오는 주민들 때문에 화장실도 급히 다녀온다"면서 "물품을 분실하면 경비원들이 전달자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고 말했다.
이 경비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인터폰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택배 물품이 도착했는지 묻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터폰 통화가 끊어지자 곧바로 또 다른 주민이 경비실 문 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우리 꺼 왔어예?"라고 물었다.
같은 시각 대구 중구 대봉동 한 아파트. 이 아파트 경비원은 "연락이 닿지 않은 주민들 때문에 경비실로 맡기는 택배 물품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신선 식품의 경우 관리가 난감하다"고 했다.
낮 최고기온이 25℃를 웃도는 요즘은 특히 냉동식품이 부패해 변질될 우려가 높아 택배 물품이 들어오면 곧바로 주민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비원들이 더 애를 먹는 때는 택배기사와 연락이 닿지 않은 일부 물품이 생겨나는 경우다.
택배기사도 녹초가 되고 있다. 우체국 택배기사 윤광혁(53) 씨는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이른 시각인 오전 7시쯤 출근하지만 오후 11시가 돼도 배달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밀린 물품을 모두 배송하려면 추석 전날까지 꼬박하더라도 벅찰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우체국에 따르면 한 달 전 하루 평균 6천 개 정도 소포가 접수됐지만 명절을 코앞에 둔 최근 들어서는 2만 개가 넘는 소포를 접수하고 있다. 경북지방우정청에 따르면 17~29일 대구경북은 지난해 추석보다 2.4% 정도 늘어난 219만7천 개의 소포가 접수될 전망이다.
대구 중구청은 추석 택배 물량의 폭증에 따른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 달 4일까지 택배물품 수령을 돕는다. 구청이나 동주민센터에 신청하고 물품 수령지를 구청'동주민센터로 한 뒤 통보일로부터 3일 이내에 찾아가면 된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택배 등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에는 무인택배함이 따로 마련돼 있다. 아파트 3개 동마다 34개씩, 총 102개의 무인택배함을 설치해뒀다. 사물함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택배함에 택배기사가 물품을 넣어두면 주민들이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주민 정은주(47'여) 씨는 "직접 택배기사와 마주할 일도 없고 주소지 착오로 경비원에게 책임을 추궁할 일도 없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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