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시립오페라단,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조직위원회를 묶어 재단화하려는 작업이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첫 출발점인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논의로 되돌아가고, 이보다 더 후퇴한 '설립 불가' 이야기도 나온다. 설립 불가 논의의 맨 앞자리에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있다.
오페라재단 설립이 표류하는 것은 명백한 대구시의 행정력 부재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대구시가 일방적이고 무리하게 오페라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9년 9월 대구시는 박창대 체육시설관리사무소장을 대구문화예술회관장에 임명했다. 1996년 첫 외부 전문가 공모 이후 13년 만의 현직 공무원 임명이었다. '다시 공무원 관장 체제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범일 대구시장은 '1년'이라고 못박으며 오페라재단 이야기를 꺼냈다. 업무 효율성과 전문화를 위해 3개 단체의 재단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첫 작업으로 시립오페라단의 소속을 문예회관에서 오페라하우스로 옮겨야 하는데 관장이 반대하면 추진이 힘들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17개월 뒤 문예회관장은 다시 외부 전문가 영입 체제가 됐다. 그 사이 시의회 조례 개정을 거쳐 시립오페라단은 오페라하우스 소속이 됐다. 이어 대구시는 201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재단화를 추진해 2년여 동안 토론회와 용역 조사, 전문가 간담회 등을 개최했다. 그리고 올해 7월 오페라재단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구시의 행보는 느렸고, 지난 4월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관련 조례 심의를 유보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문제는 오페라재단 설립을 보는 시각이다. 문복위는 위원장을 중심으로 재단 설립 자체를 아예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는 최근 문복위가 실시한 토론회와 시민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이재녕 문복위원장이 직접 토론자가 돼 재단화 불가 견해를 밝혔다. 오페라 관련 단체를 재단화하면 뮤지컬 등 다른 단체의 재단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시가 사업비를 부담하는 데 따른 지나친 관 종속, 공공성보다 수익성 위주, 3개 단체가 독립적이고 중복 기능이 없어 예산 절감 효과가 없다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3개 단체의 사업비도 모두 시가 부담하기 때문에 관 종속 문제는 설득력이 없다. 재단이 되면 공공성을 해친다는 것도 현재 외부에서 영입한 관장이나 감독의 성과를 평가해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상태이든, 재단화이든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또한 3개 단체의 기능이 전혀 달라 예산 절감 효과가 없다는 것은 방향 착오다. 3개 단체는 어떠한 형식이든 오페라를 자체 제작하거나, 민간 오페라단의 제작을 지원한다. 당연히 중복 인력이 있고, 업무가 겹친다. 출범 시기가 다르니 독립 단체가 돼 있을 뿐이다. 분산된 제작비와 인력 통합 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시민 여론조사도 반대를 유도하기 위해 실시했다. 통폐합 장단점을 거론하며 장점은 3개, 단점은 6개를 거론해 아예 오페라재단 설립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했다. 설문 내용도 재단 설립과 관련한 것은 2개뿐이고 모두 오페라와 뮤지컬을 비교했다. 과장하자면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비교하면서 어느 것이 더 재미있고, 대중적으로 성공할 것 같은지를 묻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재단 설립 반대 쪽으로 나온 것은 당연하다.
오페라재단화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은 재단이든 현재 상태이든 똑같이 드러나는 것들이어서 이를 바탕으로 한 반대는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다른 단체의 재단화를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오페라재단 설립 불가를 내세우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재단화를 통한 전문 집단의 운영으로 업무 효율성이나 비용 절감, 공연의 질적, 양적 확대를 꾀할 수 있도록 장점을 살리는 것이 더 낫다.
시 행정 감시라는 시의회의 고유 권한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반대 이유가 비논리적, 비합리적이면 발목 잡기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행정과 의회의 긴밀한 협조로 3개 단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오페라를 대구의 대표 문화 브랜드로 키우는 방법을 찾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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