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별미] 전어가 돌아왔다

맛'영양 꽉찬 제철생선 올해 대풍…맘껏 포식

가을은 무더위에 잃어버렸던 입맛이 되살아나는 계절이다. 특히 요즘은 바닷가에서 나오는 생선이 제철을 맞고 있다. 참깨보다 고소하다는 전어, 허연 속살을 뽐내며 폴폴 뛰어오르는 대하, 살이 통통하게 오른 꽃게, 향긋한 송이 등이 가을을 반긴다. 바야흐로 가을 별미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가을 전어, 이름값 한다

우리나라 가을은 유난히 짧다. 자칫하면 '황금 가을'을 놓치고 후회하게 된다. 가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선은 '전어'다. 그래서 전어 앞에는 '가을'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전어의 유혹은 9월부터 시작된다. 가을에 먹는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다시 돌아온다' 든지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침을 흐르게 한다. 이뿐 아니다.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유행어처럼 전어는 맛과 영양의 보고(寶庫)다.

전어는 봄에 알을 낳은 후 가을에 최고의 영양 상태를 유지한다. 봄이나 겨울보다 가을에는 지방성분이 3배 정도 높아진다. 이처럼 몸에 좋은 지방과 맛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유난히 고소하고 맛있다. 지난해는 흉어여서 전어 구경을 하기 어려웠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전어 풍어이다. 1년을 기다려온 전어 마니아들은 요즘 천 리 길을 멀다 않고 전어 산지로 달려가고 있다.

◆어디 가면 맛볼 수 있나?

요즘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시장에는 전어가 한창이다. 지난주 취재진은 '가을 전어'를 만나러 매천동 수산시장을 방문했다.

활어 전문 대구신화수산(대표 고중근) 2천200여㎡(700여 평)의 매장엔 전어를 비롯하여 우럭, 대하, 광어 등 싱싱한 수산물이 펄떡거리고 있다. 때마침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도착한 활어 운반차에서 전어를 내리고 있다. 손바닥만한 자연산 전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형적인 '가을 전어'였다.

대구신화수산 이종현 상무는 "전어철은 8월 20일부터 12월 중순까지 계속된다"며 "올해는 전어가 풍년이라 1㎏에 1만2천~1만6천원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피해가 없었다면 ㎏당 1만2천~1만4천원 정도를 유지했을 것이란다.

한쪽 수족관에는 대하가 펄쩍펄쩍 뛴다. 충남 보령 오천항에서 왔다. 가격표엔 1㎏ 2만7천원이라고 붙어있다. 광어는 제주산이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돼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이 상무는 "음악을 들려주면서 키운 광어"라며 "육질이 단단한 게 품질이 다르다"고 전한다.

2008년 매천동 수산시장에 진출한 대구신화수산은 활어판매장으로선 최대 규모다. 상인과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도'소매를 한다. 5t 활어차로 대구'안동지역의 상인에 활어를 공급해 준다.

김경돈 총무부장은 "요즘은 전어철이라 가을 전어 맛을 보려는 손님이 많이 찾아 오신다"며 "연중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오시면 싱싱한 회를 맛 보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포항 죽도시장처럼 고객이 활어를 선택하면 판매장 한쪽에서 직원이 회를 직접 장만해준다.

2층에 전문 식당이 있다. 철저하게 정찰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 흥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 총무부장은 "다음 달 12, 13일 이틀 동안 이곳에서 '대구수산물 한마당 축제'를 한다. 그때 오면 하루에 8회 열리는 전어 시식행사에서 무료로 전어 맛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어 맛있게 먹으려면?

가을이 짙어 갈수록 전어 맛도 깊어진다. 전어 회는 뼈째 썰어내지만, 부드럽고 꼬들꼬들하다.

전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회나 무침을 해도 맛이 좋지만, 소금을 뿌려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뼈째 먹어도 좋을 만큼 부드럽고 고소하다.

요즘 시중에 전어가 넘친다. 전어는 눈동자가 맑고 아가미의 색이 선명한 것이 좋다. 살을 눌렀을 때 자국이 안 남고 탱탱한 것, 껍질에 비늘이 잘 붙어 있는 것이 좋다. 전어를 요리할 때 비린내가 난다.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 전어를 식초 물에 담그는 것이다. 식초는 천연 식초가 좋다. 식초 물에 약 10분 정도 담그면 비린내가 옅어진다. 전어는 손질한 다음 2, 3일 냉장 숙성을 시키면 더 맛있다. 먹기 좋게 자르면 이것이 바로 전어 회나 초밥용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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