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활동을 하기 좋은 가을이다. 누구에게나 '설렘'이란 단어로 다가오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여행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은 것은 성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학교와 학원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체험학습, 견학, 소풍, 가족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경험한다. 또 부모동행학습 등을 통해 학기 중에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렇더라도 학생들끼리 여행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수학여행이나 방학 때의 캠프 등이 있지만 대부분 단체 여행의 성격을 띤다. 이에 비해 형제자매나 친한 또래끼리의 여행은 단체여행과는 다른 추억과 얻음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은 토요일을 잘 활용하면 당일코스나 1박 정도의 짧은 여행을 언제든 할 수 있다.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을 뜻한다. 여행은 가는 곳이 어디든 기대와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어른들에게 여행은 휴식과 자기만의 시간 등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여행이란 집을 떠나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호기심의 세상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 부모세대의 여행은 새로운 문물을 견학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는 요즘 아이들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친구와 자연이 있다면 그것 자체가 좋은 여행이다. 특히 또래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은 혼자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다양한 관계 맺기와 감정 조절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여행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스스로 챙기는 배낭 꾸리기다. 평소 학교 다닐 때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면 여행을 갈 때만이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배낭을 꾸려보자. 만약 힘들다면 처음에는 함께 배낭을 꾸려서 여행의 목적과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자. 배낭을 혼자 꾸릴 수 있다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잊어버리는 물건 없이 무사히 여행을 즐기다 올 것이다. 배낭을 챙기는 것이 스스로 삶을 가꾸는 작은 실천의 시작일 수도 있다.
여행의 의미를 학습적인 면에서 찾는다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이므로 배경지식이 없이 어떤 유적지나 유물을 본다면 단지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들을 현장을 통해 확인하는 즐거움을 통해 여행의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또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날것으로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할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으로 남겨둔다면 또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다. 뭐든지 부담으로 느껴지면 그 순간 진정성은 사라진다. 따라서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해서 여행지의 기록이 자기 역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다.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익숙한 환경과 편안한 곳에서만 생활할 수 없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특히 부모와 함께하지 않은 여행은 두려움 자체일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은 용기를 가지고 부딪칠 때만 극복할 수 있다. 너무 내성적이라 여행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힘든 상황을 견뎌냄으로써 두려움을 자연스레 이길 수 있다.
형제자매나 또래 학생들이 너무 어리다면 단독으로 여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주말에 한번쯤 믿고 떠나보내면 어떨까. 물론 여행 준비부터 장소나 코스 등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자. 하루의 짧은 여행이더라도 돌아온 자녀는 이전과는 달라 보일 수 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만큼 아이들은 어리지 않다.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대구중부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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