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학로'는 '공연문화거리'로는 전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다. 관에서 운영 중인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운영 중인 수많은 중'소극장들이 항시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일대는 그야말로 공연예술을 즐기는 젊은 관객들로 항상 붐비고 있다. 물론 공연관람 이외에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거나 술자리를 함께하는 등의 여가활용을 위한 공간이자 소비 공간이기도 하다.
원래는 대학이 들어서 있다는 이유로 대학로라고 불렸지만 이제 대학로는 대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연극 및 뮤지컬 전용 중'소극장들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 대학로에 들어 선 수많은 극장들 때문에 유동인구는 점차 늘어났고 그로 인해 카페나 음식점 등 수많은 가게들이 들어서며 대학로 주변 경제가 활성화되는 시너지효과가 발생했다. 문화예술 산업인 연극이 요식업, 서비스업 등 지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역할을 해낸 셈이다.
위와 같은 서울 대학로의 사례는 각 지역에서 따라하고 싶은 모델이 되었다. 하지만 흔히 지방이라고 불리는 지역 도시의 인구와 경제, 문화적 규모 등의 차이로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대구의 경우에도 구청 단위에서 운영하고 있는 관의 극장들은 연극과 음악, 무용 등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꽤 괜찮은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설 공연에는 무리가 따르는 대형 공연장에 위치 또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울 대학로와 같은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민간극장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한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구 남구 대명동의 '대명공연문화거리'는 서울 대학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에서도 대구와 마찬가지로 공연문화거리를 형성하려고 하고 있다. 민간극장이 한 곳으로 모여들면서 서울의 대학로를 꿈꾸고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명공연문화거리가 서울의 대학로가 되기 위해서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대구는 서울과 비교하기에는 인구,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수많은 민간극단의 연습실과 소극장이 하나 둘 대명동 공연문화거리 인근으로 모여들며 예술집성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그것에 발맞춰 관에서도 정책적인 지원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대구는 여러 민간극장들이 중구에 흩어져 있는데 그 극장들이 대명공연문화거리로 이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다. 흔히 시내라고 하는 경제중심지에 있는 극장들은 서로 흩어져 있어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새로 만드는 극장이나 이전할 극장은 대명공연문화거리로 모여 서로 힘을 합치는 게 좋을 것이다.
어떤 품목이든 모이면 힘을 발휘하곤 한다.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이들이 모여 시장을 형성하면 소비자의 접근이 쉽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곳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서로 이득이 되는 것이다. 서울의 대학로도 이런 개념에서 생겨나 발전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의 경우에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아직 대명공연문화거리를 들어본 적이 없거나 들어본 적은 있어도 그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분명히 찾아오리라고 본다.
지금까지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적이 없는 사람도 어느 순간 기회가 된다면 연극을 보게 될 것이고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의 길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서울의 대학로처럼 대명공연문화거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구의 연극뿐만 아니라 한동안 침체되었던 해당 지역의 상권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
물론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서울 대학로의 경우, 극장들이 비싼 임대료 등 경제논리에 의해 술집, 커피숍 등에 자리를 내주고 대학로에서 쫓겨나듯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대구에서는 아직 먼 얘기일 것이다. 우선은 함께 모여 발전을 이루도록 민간 극장들이 노력하고 관에서는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까지 미리 감안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관객은 그러한 민과 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기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주기만 하면 된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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