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미술가 김승영 '기억'전…갤러리분도 10월20일까지

김승영 작
김승영 작 'WALKING IN MY MEMORY'
김승영 작
김승영 작 '두 개의 물방울'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우선 '나'를 인식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의 아들 딸,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누군가의 친구…. 사회 관계망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라는 존재의 정의는 '타인'의 존재가 있을 때 가능할지 모른다.

현대미술가 김승영은 '기억'을 주제로 갤러리 분도에서 10월 20일까지 전시를 연다. "한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기억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이것을 조각, 평면, 사진, 영상, 오브제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갤러리 분도 전시장 바닥에는 낱말이 새겨진 붉은 벽돌이 깔려 있다. 신뢰, 우울, 소통, 갈등…. 벽돌에 새겨진 글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일어나는 감성들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당신은 당신으로부터 자유롭습니까'.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던지는 문장은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킨다. 다양한 문구가 적힌 벽돌 사이에는 이끼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감정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생명은 마음속 감정들을 풀어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의 '치유의 정원'인 셈이다.

작가의 물방울 조각 연작도 눈에 띈다. 마치 물방울이 떨어져 일으키는 파문을 연상시키는 이 조각 작품은 흰색과 검은색의 작품이 나란히 설치돼 있다. 검은 색 물방울을 집중해서 보면 흰색 작품이 흐려 보이고, 흰색에 집중하면 검은색이 흐려진다. 마음속의 선(善)과 악(惡)도 마찬가지.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면 나머지 하나가 흐려지기 마련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은 이렇듯 상대적으로 인식된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통해 증명한다. 캔버스 위에 수백 개의 이름이 새겨져 있기도 하고, 영상을 통해 영문 이름들이 흘러간다. 이 영상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면서 작가의 존재를 증명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대비를 보여주는 영상 작품도 설치된다.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작가는 김범, 서도호, 배영환 등과 함께 한국 설치미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라면서 "기억과 사람 이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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