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생활체육회(이하 시생체회)가 사조직화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시생체회 사무처장과 총무부장, 감사 등이 장영도 회장과 직'간접적 관계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사무처장과 감사는 장 회장과 고교 동기이고, 총무부장은 고교동기의 친동생이라는 것. 게다가 올 5월 사무처장 공개채용 과정에서 장 회장이 지원의사를 갖고 질의를 하던 특정인을 주저 앉혔다가 다시 지원하게 하는 처신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사무처장, 감사 고교 친구
지난 3월 4선 연임에 성공한 장 회장은 두 달 뒤 시생체회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에 고교 동기로 절친한 전 대구시 체육시설관리사무소장 출신 박병률 씨를 임명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총무부장도 장 회장 고교 동기의 친동생인 데다, 예산을 감시 감독하는 감사마저 고교 동기다.
회장과 사무처장, 총무부장의 형, 감사 등 4명 모두 지역의 같은 고교 출신들로 40년 이상 우정을 나눈 사이라는 것. 외부 감시가 없는 현 상태에서 예산을 마음대로 쓴다고 해도 막을 장치가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의 한 체육인은 "핵심인사들이 모두 회장과 인간적으로 엮여 있는 탓에 사조직이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체육 보급이라는 공적인 영역을 맡고 있는 시생체회를 회장이 지나치게 장악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은 회장의 '충성맨'이 되면서 직원들 간 위화감까지 조성되고 있다는 것. 한 생체회 관련인사는 "과거 1~3대 회장은 상징적인 인물들이 추대돼 사무처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회장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박 사무처장은 다른 지원자와 비교해 경력이 훨씬 뛰어났고, 총무부장은 심사위원회에서 뽑았다. 친구 동생인 줄 전혀 몰랐다. 감사도 전임 감사가 단 한 차례 감사 보고를 하러 오지 않았고, 무보수이다보니 감사직에 나설 사람이 전혀 없었다. 모두 능력에 따른 채용이지 친소 관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모두 공개채용이고, 심사는 심사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겼다. 단 1%의 영향력이라도 미쳤다면 내일 당장 회장직을 그만둘 수 있다"고 했다.
◆사무처장 공채 잡음
그러나 주변의 증언은 다르다. 올 5월 사무처장 채용 과정에서 장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것. 사무처장 공개모집에서 대구시 체육시설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던 박병률 씨, 달서구생체회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최모 씨, 군 출신 인사 등 3명이 지원했다. 박 소장은 2013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6월부터 공로연수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공개모집에서 탈락한 최 씨는 장 회장과 공개모집 기간 전후로 두 차례 통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장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장 회장이 '지원하지 마라'고 해서 내정된 인물이 있다고 판단해 포기했다"며 "하지만 지원 마감을 앞두고 장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하라'고 권해서 마지막 날인 13일 원서를 넣었다"고 말했다.
시생체회 안팎에 따르면 시생체회 임원과 대구시의원, 지역 모 대학 교수 등 5명의 심사위원이 채점한 결과 현 사무처장보다 최 씨의 점수가 더 높았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는 장 회장과 고교 동기인 현 사무처장이었다. 최 씨는 "지원자가 2명 미만이면 재공고를 해야 하는 탓에 일찌감치 사무처장을 내정해 놓고 내게 전화를 걸어 지원토록 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공개모집 공고에는 임용일자를 5월 10일로 못박았지만 현 사무처장의 명예퇴직이 늦어지면서 5월 21일에야 정식 임용하는 등 절차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에 대해 현 사무처장은 "사전 내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지원 전 장 회장과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통화내역서를 확인해 줄 수 있다"며 "탈락자가 자꾸 흠집내기에 나서면 법적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생체회 관계자는 "면접에서 2명을 선정한 뒤 최종적으로 회장이 더 적격자인 현 사무처장을 임용했고, 이사회가 동의했다.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최 씨에게 전화를 한 것은 앞서 통화에서 '지원하지 마라'고 한데 대해 최씨가 괜한 오해를 할까봐 이를 풀기 위해 전화를 했을 뿐"이라며 "서기관으로 퇴직한 박 사무처장과 구생체회에서 근무한 최 씨의 경력을 보면 누가 적격자인지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고 했다. 또 "심사는 전적으로 심사위원에게 맡겨서 나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고 했다.
◆왜, 회장직에 집착하나
시생체회장직은 명예직이다. 생체회로부터 지급받는 별도의 활동비도 없다. 하지만 소속 회원이 12만 명가량으로 회원 규모가 큰 탓에 회장은 대구시의 각종 행사에 초대받는 등 '특별대우'(?)를 받는다. 특히 선거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선거운동 염두에 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출마자들은 생체회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1991년 설립 당시부터 정치적인 조직이라는 비난을 받은 이유다.
국민생활체육회장에도 항상 여당 또는 친여 정치인이 회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회장직을 맡으면 정치권 인사들과 상당한 친분을 쌓을 수 있다. 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시생체회장은 많은 회원수를 기반으로 선거 때면 나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정치권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북대 이원욱 명예교수(행정학부)는 "관변단체와 정치권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정치권은 관변단체에서 표를 얻으려고 하고, 관변단체는 이를 활용해 각종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며 " 권력을 등에 업은 관변단체나 표를 이용하는 정치권이 서로 이득이 되면서 정작 국민은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사회봉사인이다. 1년에 수천만원 쓰면서 생활 체육 저변 확대를 위해 십수년 동안 활동해 왔다"며 "오히려 정치적인 조직이라고 비난 받던 생체회를 순수 민간단체로 만들기 위해 그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en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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