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어도

태평양 상의 작은 암초 오키노토리는 16세기 유럽인이 처음 발견했다.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따 서양에서는 더글러스 암초(Douglas Reef)라 불린다. 이 암초는 면적이 고작 1.6㎡ 에 불과한 히가시코지마와 6.4㎡인 기타코지마로 구성돼 있다. 최고 높이 0.7m에 불과해 조금만 파도가 쳐도 물에 잠기곤 했다.

일본은 193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암초를 일본 영토로 편입시켰다. 그리곤 1988년 3억 달러를 들여 인공 섬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킹사이즈 침대보다 결코 크지 않다"던 이 암초에 방파제를 두르고 콘크리트를 치는 작업이 6년간 계속됐다. 1993년 이 암초는 지름 50m, 높이 3m의 접안 시설을 갖춘 인공 섬으로 거듭났다. 이후 일본은 이 암초에 섬을 뜻하는 '시마'를 붙여 '오키노토리시마'라 부른다. 그리곤 이곳이 자국 영토의 최남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일본의 국토 최남단은 하테루마 섬으로 이 섬에 일본 최남단비가 서 있다.

일본은 지금 이 암초를 기점으로 일본 본토 면적(38만㎢) 보다 넓은 43만㎢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하고 있다. 또 25만㎢ 의 대륙붕을 관철시키려 든다. 지난 4월에는 "오키노토리시마가 섬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인근 해역이 대륙붕 인정 지역에 포함됐다"는 거짓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우리나라 남해 먼바다에 위치한 이어도는 해수면 4.6m 아래 가라앉아 있는 수중 암초다. 집채만 한 파도가 치지 않으면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마라도 남쪽으로 149㎞, 중국 퉁바오 동북쪽으로 247㎞ 떨어진 곳에 있다. 이어도는 제주도 전설 속에 어부들이 죽으면 가는 '환상 속의 섬'이었다. 그러다 1951년 국토 규명 사업이 진행되면서 현실세계로 들어왔다. 우리나라는 이곳에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쓰인 동판을 가라앉혀 관할 아래 두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는 이곳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이곳을 섬이 아닌 수중 암초로 인정하고 있다.

현행 유엔 해양법을 따르자면 일본의 오키노토리나 이어도 모두 대륙붕이나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할 수 없는 암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일본은 오키노토리시마가 섬이라고 우기고 중국은 이어도가 자기네 배타적 관할 수역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일본은 여전히 야만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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