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朴心·文心·安心… '차례상' 민심은 어디로?

추석 민심 목메는 대전 주자들 '한가위 정치학'

18대 대통령선거를 80일 앞둔 추석이다. 대권 주자들은 '한가위 정치학'이라는 큰 숙제를 풀어야 한다. 귀향길에 오른 아들딸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느냐에 따라 추석 이후 여론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안방대담' '밥상대전'으로 회자하는 추석 차례상을 누가 점령하느냐가 중간 승부처다. 각 대선 주자 캠프는 비상을 걸었다.

역대 대선 상황을 보자.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이 후보의 추석 전 지지율은 50%에 육박, '대세론'이 강고해 보였다. 하지만 김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야기했고 이 후보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추석 이후 김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이 후보가 김 후보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관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놓았지만 김 후보는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의 공동정부, 즉 'DJP 연합'을 성사시키며 대권을 잡았다.

2002년 제16대 대선은 추석 민심과 대선 표심이 달랐다. 추석 밥상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냐, 무소속 정몽준 후보냐가 회자됐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다. 집권당 소속의 노 후보는 20% 안팎의 지지율에 그쳤을 뿐이다. 대선이 임박해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졌고 정 후보가 대선을 며칠 앞두고 단일화를 파기, 동정표가 노 후보에게 쏠렸다.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둔 추석은 민심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쏠렸다. 오히려 2006년 추석 민심이 향배를 갈랐다고 보면 된다. 17대 대선을 1년 2개월 앞둔 2006년 10월 6일 추석 즈음, 이 후보가 박근혜 경선 후보와의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추석 직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고 여성은 안보에 약할 것이란 이야기가 추석 밥상을 점령한 것이다. 2007년 추석을 앞두고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박 후보와의 경선 흥행에 힘입은 이 후보가 '차례상 대전'의 승자가 됐다. '참여정부 실정론'이 먹혔고, '경제'를 앞세운 이 후보의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조금씩 달랐지만 한가위 안방대담에 누가 오르내리느냐에 따라 민심은 분명히 요동쳤다. 하지만 추석 민심이 곧바로 대선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선까지는 80일이라는 시차가 있고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으로서는 지역 정치인들이 오히려 골머리를 앓을 것 같다.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에서 표 단속을 더 잘 해야 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다. 자기 지역구에서 자신이 총선에서 받은 표보다 얼마나 더 얻느냐에 따라 국회의원 성적표가 매겨지게 된다.

또한 각 대선 주자의 대권 가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혹은 주요 당직이나 그럴듯한 국회직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의원들의 귀향 발걸음의 무게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최경환 의원, 이한구 원내대표,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 이철우 원내대변인, 김광림 여의도연구소장 등의 당직자는 물론이고 김태환(행정안전위)'서상기(정보위)'장윤석(예결특위) 의원 등 국회 상임위원장들도 지역구에서 힘을 받고 있다. 그들이 지역여론을 받아 당에 전달하고 캠프에 조언한다면 그만큼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없는 초선 의원들이나 이렇다 할 역할이 없는 재선, 3선 의원들에게는 곤혹스러운 명절이 될 수도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 후보의 지역언론 특보를 맡았던 김형태 무소속 의원은 4'11 총선 과정에서 제수씨 성추행 파문에 휩싸였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도 받고 있는 상태다. 잦아들고 있는 추문이 명절을 계기로 재점화될 수 있다.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한 욕설과 막말 파문으로 당 대변인에 내정됐다 하루 만에 낙마한 김재원 의원, 3선의 중진이지만 19대 국회 전반기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정희수 의원 등은 주눅 들린 한가위가 될 수도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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