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저기서 팡!팡! 이거 뭐지?… 애니팡 전성시대

친구간 순위 경쟁이 인기 비결, 한 판에 60초 조작도 쉬운편

전국에
전국에 '하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애니팡은 병아리와 원숭이 등 귀여운 동물들을 내세워 모바일 게임의 '강남 스타일'로 군림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한민국에 애니팡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집이나 사무실은 물론 지하철, 버스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팡, 팡' 터지고 있다. 가입자 수 1천200만 명을 돌파하는가 하면 각종 게임 순위에서 몇 주째 정상을 지키며 출시 두 달 만에 국민 모바일 게임 반열에 올라섰다. 1회 게임당 60초의 시간이 주어지고 같은 동물그림을 가로 세로 3개 이상 맞추면 터지는 이 게임에 10대부터 60대까지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가입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애니팡 중독자들이 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팡, 팡'

결혼 6개월차인 김모(33) 씨는 최근 결혼 후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옛 여자친구가 밤늦은 시간에 카카오톡으로 하트를 보내와서다. 시도 때도 없이 하트 문자를 보내 부인에게 오해를 받은 것이다. 결국, 김 씨는 휴대폰에서 카카오톡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 최모(40) 씨는 최근 직장상사의 압력에 애니팡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밖에 없었다. '하트 상납'을 요구하는 직장상사의 노골적인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어서였다. 이후 밤늦은 시간까지 직장상사에게 하트를 상납해야 하는 바람에 김 씨는 요즘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중독자들도 늘고 있다. 게임방식이 쉬워 40, 50대 중년층들도 속수무책(?)으로 빠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메신저와 연동돼 게임 점수가 순위로 매겨지는 등 경쟁심과 승부욕을 자극한다.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음에도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게임에 필요한 '하트'를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전송받거나 현금을 주고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30) 씨는 하트 구입비로 월평균 3만원가량 지출하고 있다. 그는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다. 순위가 밀리면 자존심까지 상한다"고 했다. 친구나 가족의 스마트폰까지 빌려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역의 모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모(45) 씨는 "하트가 부족해 게임을 맘껏 즐길 수 없을 때는 짜증이 난다. 아내의 휴대폰을 빌려 하트를 내 휴대폰으로 발송한 뒤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직접 해보니

왜 이렇게 인기일까. 직접 애니팡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했다. 돼지나 토끼 등 5가지 동물 모양의 블록을 3줄 이상 모아 터뜨리는 게임이다. 제한시간은 1분. 이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은 점수를 쌓느냐가 게임의 포인트. 아주 단순한 구조라 금세 숙달된다. 그러나 기대만큼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다. 조금 실망이다. 그런데 친구들 목록이 랭킹이 된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랭킹을 비교하고 게임을 위해 억지로 친구를 맺는 것이 아니라 리스트에 있는 전부가 모두 내가 아는 사람이다. 내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이 내 경쟁자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진다.

친구와 지인들이 점수를 얼마나 올렸는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시각각 순위가 바뀐다. "아니 학교 다닐 때 공부도 못했던 쟤가 나보다 점수가 높다니…." 묘한 경쟁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하트를 모두 사용해 버렸다. 하트가 있어야 게임을 할 수 있는데 돈을 주고 사거나 하트 1개가 자연적으로 생길 때까지 8분을 기다려야 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트'를 요구했다. 실력 탓인지 금방 떨어졌다. 애니팡을 하지 않는 친구를 초대했다. 이럴 경우도 하트를 얻을 수 있다. '하트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러나 이도 잠시, 금세 초대할 친구들과 하트 상납자들이 떨어졌다. "카카오톡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수시로 하트를 날리는 모습을 봤는데, 왜 내게는 하트를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하루이틀 만에 정신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스트레스도 쌓였다. 애니팡을 차단해볼까. 생각보다 쉬웠다. 다만, 몇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 카카오톡 계정 설정의 앱 관리를 통해 수신 차단을 하거나 애니팡 게임 내에 자신의 랭크 부분에 노출된 하트를 OFF 상태로 조정하니 더 이상 하트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게임개발업체인 KOG의 이종원 대표는 "애니팡은 전체 게임 이용자의 랭킹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들의 목록이 점수별로 랭킹되어 있다. 친구들이 점수를 얼마나 올렸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고 내 최고 점수가 오르면 애니메이션으로 누구와 순위가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이게 가장 큰 자극 요소다"고 설명했다. 친구들과 경쟁을 유도하는 순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동물학대'원격제어 논란

인기에 비례해 사회적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애니팡 개발업자를 상대로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가 영업을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안드로이드폰 관리 솔루션인 '모비즌'을 개발한 알서포트는 이달 25일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가 애니팡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실행할 때 자사의 모비즌을 강제 삭제토록 권고하는 등 자사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 선데이토즈는 앱 업데이트 버전을 배포한 후 공지사항을 통해 '오토'해킹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감지됐다'는 이유로 모비즌 등 4개 앱을 삭제하도록 권고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PC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모비즌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오토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게임 점수를 조작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이 회사는 "애니팡이 모비즌을 마치 해킹프로그램인 것처럼 취급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다른 앱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공지사항은 즉각 내리라"고 요구했다.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동물단체들이 동물 캐릭터를 터뜨리는 게임 방식이 동물 학대의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이달 23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왜 하필 애니팡이죠' '당신의 탭 한번으로 저는 사라집니다'라는 문구로 팻말 시위를 벌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단체는 "애니팡 같은 게임기업들이 동물 사랑에 도움되는 게임을 개발해 주길 바라는 것이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팡'의 전성시대

보석팡, 캔디팡, 스페이스팡팡, 체인지팡팡….

애니팡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팡'자가 달린 게임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애니팡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제목을 이와 유사하게 고치거나 없던 팡자를 제목에 추가하는 게임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애플, 구글 오픈마켓에서는 제목에 '팡'이 들어간 모바일게임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게임사들도 잇따라 아류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캔디팡을 출시했다. 캔디팡은 동일한 색상의 캔디를 찾아 터치를 통해 클리어 하는 방식으로 애니팡과 게임방식이 비슷하다. 동물 대신 캔디가 등장한다. 바른손게임즈도 보석팡을 선보이며 팡 열풍에 합류했다. 동물 대신 보석을 내세워 3개 이상의 보석이 모여 있으면 한 번의 터치로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애니팡 방식과 유사하다. NHN 한게임의 체인지팡팡 역시 애니팡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같은 모양의 블록을 터뜨리며 점수를 얻는 간단한 방식, 자투리 시간이 생겼을 때, 어딘가에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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