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전집 I

당대 실력자 소피스트 풍자·비판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BC 445~380)는 뛰어난 희극작품을 남겼다. 그는 40여 편의 희극시를 썼지만 현존하는 것은 11개에 불과하다. 즉 '구름' '기사' '벌' '아카르나이 구역민들' '평화' '새' '뤼시스트라테' '테스모포리아 축제의 여인들' '개구리' '여인들의 민회' '부의 신'이 그것들이다. 이 작품들은 천병희 교수에 의해 그리스어에서 처음으로 완역되었으며(숲출판사 간) 제1권은 '새'까지 포함하고 나머지는 제2권으로 출간하였다.

27년간 계속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아테네시민의 삶을 참혹하게 만들었다. 민중선동가들, 소피스트들, 그리고 시인들은 저마다 사익을 추구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당대 저명한 지식인들과 선동가들의 행적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조롱하였다.

'구름'에서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소피스트의 일원으로 간주하면서 마음껏 골려주고 있다. 옛 사상과 새 사상의 갈등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소피스트들을 궤변론자로 몰고 있다. '기사'에서는 민중선동가 클레온을 희극 인물로 상정하고 있다. 시민들의 민주의식을 개화시켜 클레온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벌'에서는 아테네 배심원제도를 비판하고 있다. 소액의 일당을 받고 권력을 남용하는 배심원들의 행위를 풍자하고 있다.

'아카르나이 구역민들'과 '평화'는 아테네인들이 염원하는 '평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앞의 작품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농촌광경을 묘사하고 하루빨리 귀향하려는 농민들의 희망을 그리고 있다. 뒤의 작품은 호전론자들인 클레온과 브라시다스로부터 평화의 여신을 극적으로 빼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평화의 여신이 귀환함으로써 전쟁무기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농기구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묘사되고 있다. '새'에서는 주인공들이 아테네의 생활방식과 현 상황에 실망한 나머지 새들을 설득하여 공중에 이상적인 나라를 건설하는 모습을 희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6개의 작품들은 당대의 실력자들인 소피스트들, 클레온, 배심원들, 라마코스, 브라시다스 등을 앞세워 풍자하고 비판함으로써 관객들을 즐겁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옛 사상과 구교육(舊敎育), 그리고 평화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만들었다. 그의 희극은 해학적인 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의 정치적 안목과 교육적 식견을 갖도록 하는 데 기여하였다.

신득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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