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꿈꾸는 학교… 가고 싶은 학교 웃음꽃 피는 교실 모두가 행복해요

학력, 경쟁 위주 교육에서 학생들의 숨통은 좀처럼 트이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행복해할 수 있을까는 뒷전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연과 건강을 행복의 화두로 삼은 서촌초교 학생들이 편백나무로 짠 사물함에서 수업 준비물을 꺼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학력, 경쟁 위주 교육에서 학생들의 숨통은 좀처럼 트이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행복해할 수 있을까는 뒷전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연과 건강을 행복의 화두로 삼은 서촌초교 학생들이 편백나무로 짠 사물함에서 수업 준비물을 꺼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경북대사대부설중학교는 2학기 들어 행복 수업을 시작했다. 행복 교과서를 받아든 3학년 5반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경북대사대부설중학교는 2학기 들어 행복 수업을 시작했다. 행복 교과서를 받아든 3학년 5반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서촌초교 뒤편에는 편백나무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둘레길을 산책하는 모습. 우태욱기자
서촌초교 뒤편에는 편백나무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둘레길을 산책하는 모습. 우태욱기자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서 좀처럼 행복감을 맛보지 못한다고 한다. 올 5월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6천7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등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3년과 2006년에 각각 실시한 조사 연구와 비교할 때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교사가 행복하고, 학부모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학교 현장에서도 대안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행복'을 교육의 키워드로 삼은 대구 서촌초등학교, 경북대사범대부속중학교의 사례를 통해 어떤 교육이 학생들을 웃음짓게 하는지 살펴봤다.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튼튼해져요, 서촌초교

초교 2학년인 정지윤(대구시 동구 신암동) 양은 지난달 동신초교에서 팔공산 자락에 둥지를 튼 서촌초교(동구 중대동)로 전학했다. 통학버스를 이용해도 40여 분이나 걸리는 거리지만 지윤이 어머니 박은경 씨는 과감히 전학을 결심했다. 아토피 증세로 밤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던 지윤이는 요즘 가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물론 잠도 잘 잔다.

"예전 학교에 다닐 땐 지윤이가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늘 힘들어했어요. 몸이 편치 않으니 성격도 소심해졌죠. 공기가 좋은 곳을 찾아 학교를 옮겼는데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윤이가 이젠 학교 가는 게 즐겁대요."

지난달 26일 방문한 서촌초교 모습은 도심의 여느 학교와 달랐다.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마냥 까무잡잡하고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쉬는 시간엔 교실 바닥과 복도에서 뒹굴거나 주저 앉아 놀이에 열중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생활한복과 비슷하게 디자인한 보라색 체육복을 입었다. 이 옷은 면소재 제품으로 친환경 염색법으로 물들인 것이다.

학교 뒷편에 팔공산, 동쪽과 서쪽은 각각 왕산과 응해산이 자리한 서촌초교는 대구시교육청이 지정한 '아토피 치유 행복학교'다. 학교 인근에 편백나무 둘레길까지 조성돼 있어 삼림욕장 못지않다. 여기에다 학교 시설을 친환경 자재로 단장해 두고 있다. 모든 교실 바닥은 오크목, 좌우 벽면은 황토벽돌. 교실 앞뒤에는 편백나무 사물함을 설치했다. 편백나무는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치유에 도움이 되는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진 목재. 목욕실 편백나무 욕조에선 학생들이 월 2회 반신욕을 할 수 있고 친환경 급식을 제공한다.

덕분에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등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들 둔 학부모들이 알음알음 찾아 들어 학생 수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5월 행복학교로 지정될 때만 해도 전교생은 고작 65명이었으나 올 9월 현재 75명으로 숫자가 늘었다. 이 중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등 환경성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이곳으로 전학 온 학생은 17명이다.

우승연(5학년) 양의 어머니 이숙정 씨는 지난해 초 딸을 전학시키면서 집도 남구 대명동에서 동구 불로동으로 옮겼다. 통학버스가 있지만 승연이가 보다 편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승연이의 알레르기성비염 증세가 상당히 좋아졌어요. 주변 자연환경을 닮아가는지 아이들이 때묻지 않아서 친구 간 유대 관계도 참 좋아요. 선생님도 세심하게 챙겨주시고요."

쌍둥이 최준우'준혁(4학년) 군에게 학교는 즐겁고 신나는 곳이다. 각각 피부염과 천식으로 힘들어했는데 올해 초 이곳으로 전학 온 뒤 상태가 호전됐다. 집도 수성구 두산동에서 동구 지묘동으로 옮겨왔다. "이젠 잠도 잘 자고 아무리 뛰어 다녀도 괜찮아요. 선생님과 함께 키운 배추, 방울토마토를 먹는 재미도 좋아요."

서촌초교 송인수 교장은 아이들이 늘 밝게 웃을 수 있는 학교를 가꿔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서촌초교는 아토피질환 학생의 치유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시설, 환경 등 고루 갖춘 학교죠. 이제 시작이에요. 앞으로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행복을 가르쳐 드립니다, 경북대사대부속중

행복 교과서로 행복을 가르치고 배운다? 생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찾은 경북대사대부속중학교 도서관에는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어머니 30여 명이 행복 연수를 받기 위해 모였다.

이날 연수는 매주 목요일 2시간씩 10회 예정된 연수의 첫 날로 '행복이란 무엇인가'가 주제. 이곳 한원경 교장은 먼저 '어떨 때 어머니들이 가장 행복한지' 물었다. 곰곰히 생각하던 어머니들 입에선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아이가 환하게 웃을 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등 다양한 답이 흘러 나왔다.

다음은 '자녀들이 어떨 때 행복해 하는 것 같으냐'가 질문. '부모가 자녀 말에 귀기울여 줄 때' '맛있는 음식을 해 줄 때' '관심사에 공감을 표시할 때' 등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태풍이 닥쳐 학교에 안 가도 된다고 할 때'라는 답변이 나오자 모두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같은 날 3학년 5반 교실에선 학생들을 위한 행복 수업이 진행됐다. 첫 수업 주제는 학부모 연수와 같았다. 팝 그룹 아바의 노래 'I have a dream'이 잔잔히 깔리는 가운데 학생들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을 적어 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 친구, 꿈, 생명, 추억 등 소중한 것을 얘기할 때는 다들 공감을 표시했다. 평소 수업 때보다 다소 어수선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경북대사대부속중의 행복 수업은 매주 한 차례 진행된다. 수업 시간에 쓰는 교재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개발한 '행복 교과서'. 전교생이 한 권씩 받아든 이 책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부터 관점 바꾸기, 감사하기, 비교하지 않기, 목표 세우기, 음미하기, 몰입하기,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나누고 베풀기, 용서하기 등 10개의 단원이 구분돼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미국 프로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 마이클 조던의 사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주는 교훈 등 읽을거리를 곳곳에 담았다. 이 학교는 행복 수업을 위해 이미 학생들의 행복지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지난 여름방학 동안 12명의 교사가 행복 수업 연수를 받았다.

배동욱(3학년) 군의 어머니 남순미 씨는 첫 강의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바쁘게 살다보니 작은 행복들을 맛보지 못한 채 살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에 가면 아들에게 언제 가장 행복한지 물어봐야겠어요. 또 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권해 주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이기적인데 이 수업을 받으면 상대를 배려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가 듭니다."

한원경 교장은 학생들이 행복해진다면 교사, 부모도 행복하고 학교폭력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학교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잘 길들여진 습관처럼 행복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단히 노력해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행복 연습은 마음의 근육을 늘리는 작업이죠. 아이들이 행복 수업을 들은 뒤 자주 행복감을 맛봤으면 좋겠어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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