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살림의 춤

전통사회의 문화는 대개 노래와 춤으로써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이 하나로 융합되는 생명을 중시하고 존중하는 공동체문화였다. 생명은 이미 삶과 함께 죽음까지도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이어서 개체가 죽어도 전체 생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죽음은 삶과 대립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낙엽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로 죽음과 같은 겨울을 견디고 새싹을 피우는 나무처럼 탄생은 죽음을 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죽임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 죽임인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돈, 명예, 권력, 외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육체적 쾌락에 빠져 위험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왕따, 자살, 집단폭력, 성추행, 성폭행 등 생명 죽임의 무수한 사건들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낳았으며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인 문제들로 자리 잡았다.

자연성, 인간성 등 죽임당하고 있는 것들과 잃어버린 것들을 살려내는 '살림'은 이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지하는 생명운동을 통해 살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명을 그 숨겨진 질서대로 고이 '모심', 그리고 개성적 '결'대로 '기름', 나아가 그 생명을 활짝 꽃피워 실현함, 이것을 우리말로 '살림'이라고 부르며, '살림'에서 비로소 생명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살림'의 정신이다.

바로 이 살림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춤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과 생각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몸과 마음과 생각을 살려내는 것, 그 본연의 질서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 살림이다. 따라서 이러한 살림은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나를 바로 살려내기 위해 바른 마음과 바른 생각 즉 생명의 가치를 확립해야 하며, 바른 몸을 만들어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 생명의 가치는 내가 곧 자연이고 우주이며 모든 존재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속에서 나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바르게 산다는 것, 행복하게 산다는 것,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나누고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과 마음과 몸을 하나로 연결하여 초월적인 나를 만나게 하는 것, 그렇게 내 안에 잠재된 자연을 일깨우는 것이 춤인 것이다. 따라서 춤은 단순한 움직임의 반복이 아닌 자신의 성찰이며 깨움이며 살림으로서 생태적인 생명의 몸짓인 것이다. 그것이 우리 한국춤이며, 에코댄스(Ecodance)이다.

오레지나(대구가톨릭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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