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개천절의 시작, 대종교의 나철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위당 정인보가 작사한 개천절(開天節) 노래다. 원래 이 노래는 나철(1863~1916)이 창시한 대종교의 기념가였다. 나철은 1909년 문호를 열면서부터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날을 경축일로 기념해왔고, 상해임시정부도 국경일로 채택했다. 암울한 시대에 민족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서였다. 해방 후인 1949년 정부가 음력 10월 3일을 양력으로 바꿔 국경일로 정하면서 대종교 기념가를 그대로 채택했다.

나철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과거에 급제한 문신이었으나 서대문역 근처에서 도인에게 경전을 전해 받고 단군을 교조로 숭배하는 대종교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는 을사오적을 암살하려다 투옥돼 풀려난 뒤 만주로 옮겨 무장투쟁에 뛰어들었다. 청산리대첩의 주역인 북로군정서 장병 대부분이 대종교 교인이었다. 신채호, 박은식, 정인보, 안재홍 등도 대종교와 연관있는 독립운동가였다. 나철은 1916년 황해도 구월산에서 제천의식을 올린 뒤 자결했다. 현재 교인 수가 수천 명에 불과한 소수 종파이지만 독립운동사에 큰 공헌을 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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