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없는 장기불황 그늘 자영업 트럭도 멈췄다

치솟는 유류비 매상 급감, 밤늦도록 영업해도 적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2001년 중고 1t 트럭을 구입해 과일 장사를 해 온 서모(43) 씨. 그는 최근 전업을 하기 위해 10년 넘게 몰았던 트럭을 폐차했다. 차를 처분하기 위해 중고차 시장을 기웃거렸지만 연식이 너무 오래돼 구매자를 찾을 수 없었다.

서씨는 "갖고 있던 차를 처분한 뒤 돈을 조금 보태 중고차를 새로 사서 과일 장사를 계속할까도 생각했지만 전업하기로 했다. 치솟는 유류값에다 시민들의 소비도 줄어 하루 종일 장사를 해도 적자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서민들의 생계 수단인 소형(1t 이하) 트럭이 줄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생업마저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올 8월 1t 이하 카고형 트럭 등록 대수는 7만5천917대로 작년 1월 7만7천189대에 비해 1천272대 감소했다. 올 2월엔 7만6천596대에서 3월에는 7만6천378대, 4월 7만6천257대, 5월 7만6천158대, 6월 7만6천154대, 7월 7만6천122대로 줄곧 감소하고 있다.

특히 1t 이하 카고형 트럭 중에서 자가용의 등록 대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자가용 트럭은 택배회사 영업용 등을 제외한 자영업자의 개인용 화물차를 말한다.

자가용 트럭의 등록 대수는 지난해 1월 7만3천372대에서 올 8월엔 7만2천124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관용 트럭은 193대에서 201대로 오히려 증가했으며 영업용 트럭은 3천624대에서 3천592대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개인용 트럭이 크게 준 것은 차를 구입해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보다 불황 파고를 넘지 못해 자영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자가용 화물차의 소유주는 대부분 트럭으로 생계를 잇는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에 자가용 트럭의 증감은 서민 경제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오래된 차를 폐기 처분하고 생업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서민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는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올 1~8월 화물차 판매 대수는 5천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천143대에 비해 71대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는 지난해 1~8월 2만863대에서 올 1~8월 2만1천55대로, SUV 차량은 6천371대에서 7천87대로 오히려 증가했다.

박종우 대구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부장은 "중고차 시장은 실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물차 수요가 줄어 들면서 중고 화물차 매매 건수도 감소했다. 화물차를 사서 영업을 해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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