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콘서트 온 듯 신바람 팡팡…'국민 스포츠'로 홈인

유행가 맞춰 응원춤 덩실, 이닝 바뀔 때마다 이벤트

프로야구가 출범 31년 만에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최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프로야구가 출범 31년 만에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최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 후 31년 만에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한때 200만 명대로 관중이 급감했던 프로야구가 올해 이토록 많은 사람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은 비결은 뭘까?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지켜본 야구 열기와 달라진 풍경을 통해 700만 관중시대의 원동력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야구장은 최신 유행 집합소

9월 28일 대구시민야구장.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석인 3루 스탠드에 경기 시작과 함께 삼성의 응원단장 '애니B'가 등장하자 우렁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애니B는 국민오락으로 뜬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으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끼익, 끼익, 우르르 쾅" 하는 소리에 맞춰 전광판에는 애니B의 익살스런 모습이 비쳤다.

이닝 교체 때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전광판 카메라가 한 관중을 비추자 그는 스스럼없이 춤을 췄다. 주위 관중이 모두 손뼉을 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치어리더들은 최신 유행가에 맞춰 화려한 율동을 선보였다. 중년의 아저씨'아줌마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응원에 동참했다.

마스코트가 관중에게 선물 대포를 쏴주고, 댄스 배틀, 팔씨름 대결, 프러포즈 이벤트, 키스타임이 이닝 교체 때의 짧은 틈을 타 9회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됐다. 경기 전에는 인기 선수의 팬 사인회, 경기가 끝났을 때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와의 팬 미팅이 이뤄지고 추첨에 당첨된 팬은 리무진을 타고 집까지 가는 행운을 누렸다.

이 모든 게 경기 앞뒤로 4시간 정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펼쳐진 광경이다.

야구장이 최신 유행을 읽는 장소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연인들은 데이트를, 직장인들은 회식을, 가족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야구장을 찾고 있다.

◆술 냄새를 걷어낸 여성 파워

출범 초만 해도 야구장 관중석을 채운 건 남성들이었다. 관중문화가 정착하기 전 야구장은 과열된 지역감정으로 폭력 사태가 빚어지는 등 한때는 경찰이 상주하는 무법천지의 대표 장소가 되기도 했다. 1986년 해태 버스방화사건, 1990년 최루탄사건, 1999년 호세 방망이사건 등은 경기에 불만은 느낀 일부 극성팬들이 일으킨 일이지만 욕설과 폭력, 무질서가 잔존한 야구장은 어린이'여성들의 접근을 꺼리게 했다.

하지만 각종 국제 대회 성과를 통해 야구에 매력을 느낀 여성들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프로야구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관중 비율이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여성들의 야구장행은 관람문화의 변화를 몰고 왔다. 과거 거칠었던 '넥타이 부대'와 달리 여성들은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고 야구장이 주는 활기찬 분위기를 즐겼다. 야구해설가 최종문 씨는 "여성들의 야구장 쇄도는 야구장에서 술 냄새와 과격한 행동을 걷어내 가족단위의 관중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흥행 위해 필요한 것은

프로야구는 1995년 540만 관중을 달성하며 한 차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도 2004년 233만까지 떨어지는 침체기를 겪은 바 있다. 대구 관중 역시 전국 관중과 그 궤적을 같이했다. 62만여 명(1995년)까지 치솟았던 대구구장 관중 수도 2002년 24만 명대로 주저앉았고, 2004년에는 19만 명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환위기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또 쌍방울, 해태, 현대 등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사라지면서 야구는 근간을 잃어갔다. 그 틈에 축구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등으로 국민적 열기를 흡수하며 프로야구는 고사 위기까지 처했다.

간신히 팬들의 마음을 돌려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머문다면 이런 인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삼성 박덕주 마케팅 팀장은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는 구단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올해 삼성은 대구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생님과 함께 야구장 가자'와 유치원생 애국가 제창 등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별한 야구장 나들이 경험을 갖게 했다. 야구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줌과 동시에 미래의 팬 확보 차원에서 진행된 이벤트였다"고 했다.

거의 매일 열리는 야구경기에서 팬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이를 감안한 10구단 창단, 야구장 인프라 개선, 스타 배출을 위한 아마추어 선수 육성 등은 서둘러야 할 과제다.

대구방송 이동수 해설위원은 "일본의 경우 스타들의 해외 진출로 관중 수가 급감했다. 스타 부재는 야구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유소년 야구를 바탕으로 한 특급 유망주 발굴과 육성은 700만 관중시대를 연 프로야구가 1천만 시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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