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농사도 접을 판인데…" 대책없는 구미시

독가스 누출 피해주민 불만 폭발…한국산단공단 등 보상문제 손놔

"올해 농사는 고사하고 내년 이후 농사도 못 지을 판국인데 피해보상 대책이 전혀 없다니 기가 막힙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 4단지 내 화학제품 제조공장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피해(본지 9월 29일자 2면'10월 2일자 4면 보도)를 입은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 주민과 기업체 등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는 이번 사고에 대한 정확한 피해 상황과 피해 범위 등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천재지변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문제도 내몰라라 하고 있다.

구미시는 2일 시청 상황실에서 봉산리 주민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지만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박명석 피해보상 주민대책위원장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8일 대기오염도를 측정했지만 기준치보다 낮게 나왔다. 농작물이 죄다 말라 죽고, 가축들이 침을 흘리며 비실거린다. 그런데도 농도가 약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는 농도가 약한 곳에서 측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상호 씨는 "바람에 날아간 공기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토양 오염과 주민들에 대한 건강 조사도 병행해야 한다. 피해보상에 대해 구미시가 직접 나서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앞으로 인근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환경단체들도 주민, 농축산물, 기업체 조업 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일 성명을 통해 "문제를 축소하려 하지 말고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해 주민 건강 실태부터 파악한 뒤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구미시가 1차 보상을 하고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구미산업단지에 어떤 독성화학 물질이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상세히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5일까지 정밀조사를 할 계획이지만 1차적인 보상은 회사가 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업체의 신현철 상무는 "현재까지 유족들과의 보상 합의 및 사고 수습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구체적으로 고려해보지 않았다. 구미시와 산단공의 피해 규모 집계가 이뤄지면 보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2일까지 접수된 농작물 피해는 180개 농가, 91.4㏊에 이르며, 봉산리 지역의 29개 축산농들은 소 812마리와 개 500마리, 말 1마리가 이상 증세를 보인다고 구미시에 신고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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