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무간도' 리메이크 '디파티드'에 드러난 사회상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2006년 영화 '디파티드'는 홍콩 영화 '무간도'를 다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원작과 비교해 두드러진 것은 미국이라는 확장된 무대에서 인종과 사회 계급이 인간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2명의 중심인물이 등장한다. 보스턴 최대의 범죄조직망 두목인 프랭크 코스텔로의 비호를 받으며 경찰청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콜린'과 겨우 환경의 어려움을 뛰어넘어 경찰이 되자마자 범죄 소탕을 위해 조직에 위장 침투하게 되는 '빌리'가 그들이다.

그 둘은 같은 경찰이지만 처한 환경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콜린은 자신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의 신분 상승을 위해 동료를 희생시키고 빌리는 위장 조직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을 철저히 통제당하며 하루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종횡무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분투함에도 '이미 죽은 사람들'이라는 재목 해석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희생되고 만다. 영화 관람 후 많은 관객이 영화의 제목이 '쥐새끼들'이 돼야 했었다고 주장하는데 필자 역시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 두 사람이 삶을 대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주어진 환경을 벗어날 수 없다는 숙명만큼은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의 공간과 지금의 한국사회가 겹쳐 보였다. 어느 언론 기사에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약자끼리 서로 물어뜯게 한다고 표현했는데 매우 적절한 관찰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좋은 예가 된다. 정치권이 정부 지원 등 명확한 대안 없이 등록금 관련 의제를 꺼내 드는 바람에 학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재원 마련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대학은 교수 연봉 동결이나 감액 등의 임시방편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필자가 소속된 대학 이야기는 아니지만 언제 그 여파가 올지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없다. 이 무슨 약자끼리 서로 올가미를 던져 영원히 가난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행위인가?

그런 면에서 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의 액션영화는 비열한 인간 군상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줌으로써 '기회균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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