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역의 희망, 마을기업

마을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마을기업들의 흥겨운 한마당인 '2012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가 10월 6일부터 7일까지 우리 지역에서 열린다. 예로부터 교통과 문화, 소통의 큰길이었던 영남대로 문경새재에서 박람회가 개최되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지역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마을기업의 취지와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교류와 소통의 길이기 때문이다.

마을기업이란 마을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기업이다. 이를 통해 지역과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기업은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마을과 지역, 주민들이 더욱 풍요롭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마을과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사람, 자연, 특산품, 역사, 전통 등)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마을(공동체)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지혜와 슬기를 함께 모으는 과정이다. 누군가에 의해 사업 목표가 정해지고, 상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마을(공동체) 사람들 하나하나가 주인으로 의견을 내고 결정을 함께 하여야 한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일도 함께하는 책임 또한 같이 나누는 것이다.

마을기업 육성사업이 시작되던 무렵 우리 사회의 모습은 치열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파고 속에서 기업과 개인들은 나름의 대응을 해왔으나 우리나라는 IMF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민들의 일자리는 끊임없이 위협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사람들의 따뜻한 삶의 공간이 되어야 할 마을과 지역은 날이 갈수록 쇠퇴하게 되었다. 사람이 떠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지역의 활력은 바닥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신뢰와 협력, 상생을 통한 공공(公共)의 영역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자각에서 내(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공동체를 새롭게 돌아보고 있다. 이를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마을기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해체된 지역사회를 복원하고, 얼굴 없는 거래에 인간의 얼굴을 등장시키고, 차가운 계산만이 존재하는 시장에 생명의 향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시도 때문일 것이다.

마을기업은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하는 마을기업부터 공간을 중심으로 동네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마을기업, 문화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체험을 하는 마을기업, 귀농인으로 구성된 마을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주의 순흥초군농악대는 지역의 전통농악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지역민들로 구성되었다. 이 농악대의 구성원들은 70대의 어르신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 분들은 일상생활에서 익혔던 짚을 다루고, 떡을 만들어 드시고, 농사를 위해 소를 부리던 기술을 바탕으로 마을기업 사업으로 추진하였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에게는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였고, 관광의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 더불어 지역민들 간의 신뢰와 협력의 문화를 통해 지역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군위군 마을기업인 영농조합법인 군위찰옥수수는 지역 옥수수 농가와 전량 재배 계약을 맺고 지역특산품인 알록이 찰옥수수를 상품화해 명품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HACCP 인증 업체로 지정되어 소비자 신뢰도가 한층 높아짐에 따라 지역의 안정적 소득증대 및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천의 신방골은 최근 2~4년차 귀농'귀촌한 농가가 모여 단순한 농산물 재배에서 벗어나 재배농산물의 1, 2차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신방골은 현재 절임배추 가공시설을 확충했으며, 즙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도 갖추었고, 인터넷 쇼핑몰도 열었다.

이제 마을기업이 지역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을기업이 지역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이렇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전국의 마을기업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아직은 마을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다. 그러나, 희망은 보듬고 관심을 가질 때 커지고, 실현되는 것이다. 마을기업과 함께 지역과 마을,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꿈을 함께 꾸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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