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앞. 한 관광객이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아 놓은 '대구시간여행'(가칭) 앱을 통해 골목입구의 사진을 찍고 '1920년대'라는 시간대를 입력한다. 몇 초 후 스마트폰 화면엔 192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그때 그 거리가 가상현실처럼 펼쳐진다.
"대구 도심 근대골목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시간대를 입력하면 언제든지 모바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구시간여행'은 내년 2월 이후 출시를 계획하고 개발 중입니다."
대구 도심 '근대골목투어' 최초 기획자이자 '대구시간여행' 콘텐츠 개발자인 (사)시간과공간연구소 권상구(38) 이사. 그는 2001년 12월 YMCA 소속 거리문화시민연대 활동의 일환으로 입석중학교 학생 90여 명과 함께 처음으로 골목투어를 했다. 그때 권 이사는 대구시민 1%는 꼭 도심골목여행을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2008년 골목투어가 대구 중구청 주관으로 이관된 이후 현재 연간 3만여 명이 골목투어에 나서고 있다.
"골목문화를 살리기 위해 2001년 가장 먼저 '대구문화지도'를 발간했고 이듬해 약전골목, 향촌동 골목, 진골목 등 명물 골목을 조사해 포켓용 가이드북 '골목은 살아있다'를 펴냈죠. 2007년엔 골목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곳곳에 숨 쉬는 사연과 역사성을 발굴해 '대구신택리지'와 '대구식후경'을 잇따라 발간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잊힌 골목길에 생명과 문화발견이라는 단초를 제공했고 지자체의 후원을 입어 거리공공디자인 개선사업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골목투어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염매시장과 약전골목을 생활의 터전으로 활동하던 한 청년이 스스로 '골목'이라는 화두를 들고 사람을 모으고 생활비도 벌어야 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거리문화시민연대 활동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던 처지였다.
"근대골목은 현재보다 과거가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죽어 있던 골목에 스토리텔링과 문화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이전보다 매력적인 색채를 띠게 된 것입니다. 골목투어 경험자들의 대부분이 '대구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게다가 대구에도 이런 스케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도시 이미지도 '지방'이니 '촌스러움' 같은 부정적 인식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게 권 이사의 주장이다.
그는 IMF 세대로서 당시 대학을 졸업한 동기생이 모두들 대구를 떠나는 상황에서 '나만 왜 대구에 남아 있을까'라는 깊은 의문이 들었다. 긍정적 마인드를 구축하기 위해 방황하던 차에 평소 그냥 지나쳤던 약전골목과 골목 안 이야기들이 눈에 띄었고 이를 골목문화 살리기 시민운동으로 바꾼 뒤 권 이사의 인생이 바뀌었다.
"최근 달라진 골목풍경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랍니다.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산책을 하고 동성로 외 남성로까지 어슬렁거리며 거리 데이트도 즐기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부들의 모습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들입니다."
일례로 북성로에 있던 일제강점기 때 목조건물을 원형 복원해 지난해 카페로 다시 문을 연 '삼덕상회'는 인구에 회자됐다. 시간의 더께가 묻어 있는 공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시민들의 정서가 도심재생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임을 입증한 사례다.
"이제부터는 대구 근대골목투어가 좀 더 보편적 관광 콘텐츠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여행'이란 키워드로 과거와 스토리텔링을 문화관광상품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대구는 활력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권 이사는 8일 대구근대골목투어가 2012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까지 숨은 공로가 인정돼 '자랑스러운 시민' 대상을 수상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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