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정보에서 펼치는 대구 미술의 실험·도전

5일부터 대구현대미술제

홍순환 작-무제
홍순환 작-무제
이강소 작-풍경 셋
이강소 작-풍경 셋
조덕현 작-치킨게임
조덕현 작-치킨게임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의 도전과 실험이 2012년 다시 시작된다.

달성문화재단은 5일부터 7일까지 '2012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를 강정보 일대에서 연다. 전국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며 현대미술의 획을 그은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의 실험과 도전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 참여작가인 이강소, 최병소, 이건용, 이명미, 김구림을 포함해 안규철, 조덕현, 김호득, 김승영, 이명호, 홍순환, 이교준, 임현락, 박종규 등 총 14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야외 설치미술과 야외 영상 프로젝션,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미술제는 '낙동강변 강정'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현대미술제다. 낙동강변 강정에서 1977년 5월 1일, 2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집단 퍼포먼스를 펼친 것은 획기적인 미술 이벤트로 기록된다. 서구에서 1960년대 행위예술 개념이 처음 시작된 이후 이 같은 대규모 행위예술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기록적인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서 이강소는 10년 전부터 구상해온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강철로 만들어진 시간성을 지닌 쇠를 분절해 '세 개의 시점'을 제작한다. 자연을 관조하는 다양한 시점을 제시한다. 홍순환은 야전침대 16개를 강변에 펼치고 그 위에 유리구를 얹는다. '중력'에 대해 연구해온 그는 야전침대를 통해 낙동강변에서 펼쳐진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휴식과 치유, 안정을 떠올리게 한다. 자연 속 나무 뒤에 캔버스 천을 치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는 '나무' 시리즈로 유명해진 이명호는 강정의 나무로 작업을 펼친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의 주역과 앞으로 역사를 만들어갈 사람들이 캔버스를 펼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거대한 자연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조덕현은 1970년대 이강소 닭 퍼포먼스에 대한 오마주를 새로운 작품에 담았다. 이강소는 1970년대 현대미술제에서 횟가루를 묻힌 닭들을 풀어놓은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다. 조덕현은 반투명한 계단식 가건물을 설치하고 바깥에 33마리의 닭들을 키운다. 그러면 그 건물 안에 들어간 관람객에게 닭들은 실물인지, 영상인지 그 묘한 경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김호득과 임현락은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답게 강과 바람을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과 소통의 역학관계를 다루는 김승영은 사라지는 소중한 가치를 기념하는 작품을 설치한다. 안규철은 퍼포먼스를 동반한 관객 참여가 주축을 이루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실험적 작품과 평면 회화작품이 선보인다.

한편 6일 오후 4시에 '21세기 대구현대미술제의 방향'에 대해 포럼이 열린다.

박소영 책임 큐레이터는 "다른 비엔날레와 달리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만큼 자연이라는 요소가 크게 부각될 것이며 미술계의 중앙집권적 양상이 더욱 첨예해진 만큼 대구를 거점으로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작가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문화재단 김채한 대표는 "대구가 가진 소중한 역사가 많은데, 이 가운데 강정에서 펼쳐진 대구현대미술제는 잊혀진 귀한 역사 중 하나"라면서 "이것을 살림으로써 대구가 다시 현대미술의 중심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053)715-1231.

◆대구현대미술제란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열렸던 대구현대미술제는 우리나라 미술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강소, 최병소, 박현기 등 당시 젊은 작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이 미술제에 박서보, 이우환 등 전국의 미술인들이 참가했다. 미술의 최전방에서 상업주의에 오염된 미술과 유신체제에 맞서는 예술적 항변으로, '전위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믹한 미술에 반기를 들었던 대구현대미술제에 큰 충격을 받은 작가들이 서울, 부산, 강원 등에서 잇따라 현대미술제를 열기 시작했다. 대구현대미술제를 계기로 전국의 이목이 대구로 쏠릴 만큼 대구는 현대미술의 메카로 불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