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 봄여름가을겨울(하)

국내 최초의 본격 라이브 앨범…계속되는 실험정신

연주곡을 타이틀로 삼아 공개한 데뷔 앨범은 예상을 깨고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받게 된다. 이듬해인 1989년 발표된 2집 앨범은 데뷔 앨범의 반응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수록된 '어떤 이의 꿈'이 대중과 주류 미디어의 대상이었다면 '내 품에 안기어''열일곱 스물넷'은 언더 그라운드와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당시 언더 그라운드 음악인들처럼 봄여름가을겨울도 TV보다는 콘서트 중심의 활동을 펼친다. 콘서트에서도 이들의 특징이 잘 드러났는데 관객석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환호가 있고 무대에는 최고의 연주인들이 뿜어대는 실험 가득한 사운드가 있었다.

1991년 봄여름가을겨울은 2장의 의미 있는 앨범을 공개한다. 한 장은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라이브 앨범 '봄여름가을겨울 Live'이며 또 다른 한 장은 건반 연주자 최태완과 함께 작업한 앨범 '최태완 featuring 봄여름가을겨울'이다. 먼저 라이브 앨범의 경우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저 실황을 담은 경우거나 스튜디오에서 사람들을 모아 녹음을 한 경우였지 애초부터 라이브 앨범을 염두에 두고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경우는 이들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불세출의 건반 연주자 최태완과 함께 한 앨범은 퓨전재즈와 연주 앨범이라는 형식을 온전하게 만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후의 앨범 작업도 이들의 실험 정신은 이어지는데 예컨대 3집과 4집은 미국에서 전과정을 작업하며 소리에 대한 애착을 담고 모르스 부호를 사용하거나 CD케이스를 영화필름통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 20세기의 마지막 날 공연은 2천 장 한정으로 음반에 담아 공연에 참가한 관객들에게만 전달하기도 한다.

2002년 6년 만에 공개한 노작(勞作) 'Bravo, My Life'는 전작들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희망과 화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치 대중들의 지지와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작업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지난 시간을 잠시 쉬어가기라도 하듯 함께 호흡하고 교감했던 세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7집 앨범이 공개된 지 10년이 지난 2012년, 이들은 'Bravo! My Life'의 리마스터링 앨범을 공개했다. 희망의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던 것이 10년 전의 모습이라면 이제 자신들의 본향인 소리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김종진의 말처럼 지난 시간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이 앨범은 CD와 LP, 공연이라는 형식으로 공개된다. 하지만 온라인 음원 시장에서 이들의 곡을 마음대로 다운로드 할 수는 없다. 들어가 보시라. 거의 모든 음원은 다운로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음악인의 고민과 성찰이 40곡, 150곡으로 덤핑 판매되는 현실에서 25년차 현역 밴드의 고집은 숭고하게 보인다. CD와 LP, 공연을 음악상품으로 내놓은 이들이 특별하게 보이는 시대에 소망이 있다면 언젠가 이들의 박스세트가 나오고 그 앞에 길게 늘어 선 행렬을 보고 싶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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