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7세 미만 입장금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가장 공연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필자도 연주가 없는 날에는 다른 공연장에서 좋은 공연물이나 지인들의 연주회를 찾아 관람을 하기도 한다. 공연을 관람할 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아내와 두 아이가 동반한다. 지금에야 아이들이 커서 문제가 안 되지만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에는 가족동반으로 공연을 관람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필자의 연주회에조차도 우리 아이들이 입장을 못했던 때도 있었다.

간혹 공연 시작 전에 어린 아이와 동반한 관람객들이 아이의 입장 문제로 공연 도우미와 승강이를 벌이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연주장에서는 7세 미만의 아이들이 연주를 감상할 능력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연주 몰입에 방해된다고 판단해 입장을 금지시키고 있다. 반면 부모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문화적 경험을 가능하면 일찍 시켜주기를 원한다.

2년 전 필자가 이끄는 퓨전 음악 단체의 첫 공연이 지역의 한 공연장에서 있었다. 나름 새로운 시도의 공연이라 본가와 처가 가족들을 모두 초대했다. 최연소는 3살짜리 처조카였다. 특별히 이모부가 연출하는 공연이라 잘 구슬려 엄마 무릎에 앉혀 공연을 보게 했다. 다행히 조카는 아무 탈 없이 공연을 끝까지 잘 관람했고, 그 공연 이후 틈만 나면 공연 DVD를 틀어달라고 하며 연주하는 모습들을 흉내 내곤 했다. 그 녀석이 우리 팀의 최고의 팬이 된 것이다. 7세 미만 규칙을 지켰더라면 아주 중요한 관객을 하나 놓쳤을 뻔했다.

음악적 경험은 성인이나 어린이 모두에게 똑같이 중요하다. 특히 유아 시기의 음악적 경험은 이들의 정서적인 성장 발달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어린 시절 음악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성인이 되어 갑자기 음악이 좋아지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공연장 출입 연령 제한이 본능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는 유아나 어린이에게 음악 감상의 기회를 어른들이 정한 일괄적 나이 규정으로 빼앗는 것은 아닐까?

근래 몇몇 타 지역 공연장에서 어린이 전용 소극장을 개관하여 어린이를 위한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도 있어야 한다. 오늘날은 유아시설에서의 음악교육이나, 부모들의 교육열 등의 이유로 과거에 비해 어린이들도 문화적으로 성숙하여 있다. 공연장에서 어린 관객을 위한 시설이 놀이방만이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관람 방을 증축하거나 공연의 성격에 따라 나이제한 규정을 재조정 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관객인 어린이들과 그 부모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현창(대구시립국악단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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