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피해 환자 눈덩이…"독가스 역학조사 정부가 나서라"

지역 불산 검사장비 없고 전문 의료진·병원도 전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화학공장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피해 환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지방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 전문 치료병원이 전무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구미지역 병원에서 불산 누출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하고 있으나, 흉부 사진 촬영과 동맥혈'폐기능'혈액 검사 등에 그쳐 불산이 어느 정도 몸 안에 축적이 됐는지 정확하게 진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불산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만 보유를 하고 있다"며 "불산 누출사고 현장에 투입돼 장시간 불산에 노출됐던 소방 및 경찰 공무원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전문적인 역학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4일 현재 불산 누출사고로 인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900여 명에 이르며, 3명은 입원 중이다. 또 1차로 사고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32명 가운데 3명은 화상을 입어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환자 대부분은 순천향 구미병원과 구미 강동병원, 구미 차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관, 기자, 인근 공장 근로자, 구미시 공무원, 주민 등이다. 이들 대다수는 불산의 위험성을 잘 알지 못해 제대로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채 현장에 접근했다 피해를 봤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산이 인체 내에 있는지 여부는 소변 검사를 통해 정확히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 환자들은 증상에 따라 흉부 사진과 동맥혈 검사 등만 받고 있다. 혈액 검사 역시 몸 속에 칼슘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불산 누출사고 피해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산소호흡기 치료와 칼슘을 먹어 몸속의 혈액을 중화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정부 차원에서 불산에 직접 노출된 공무원과 주민들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지속적인 역학조사가 절실하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김진석 순천향 구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불산 혈액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의료진은 없는 상태이다"며 "지금으로서는 혈액 속에 칼슘 농도를 측정해 불산이 어느 정도 몸속에 축적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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