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본은 통화스와프 연장 거부 신중하라

일본이 한국의 요청이 없으면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통화스와프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의 요청을 거론한 것은 한국이 고개를 숙이라는 것이다. 세계 3위의 경제 규모와 엔화의 힘을 내세운 힘의 논리다. 마치 제국주의 시대의 포함(砲艦)외교를 보는 듯하다.

통화스와프는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다. 특정 국가의 위기가 다른 나라로 번져가는 세계화의 부작용을 막자는 것이다. 이런 경제 협력 시스템은 어느 한 국가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일본보다 경제력이 뒤지는 한국이 조금 더 득을 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위기에 빠지면 일본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통화스와프 확대는 순수하게 경제 논리로 접근하고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통화스와프를 제국주의적 영토 야욕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 관리의 입에서 나온 첫 보복 조치가 바로 통화스와프 규모의 축소였다.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덩치에 걸맞지 않은 옹졸한 모습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경제력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이 기어이 한국에 굴욕을 주겠다면 우리가 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지 않아도 안전장치는 충분하다. 외환보유고가 3천168억 달러에 이르며 미국과 300억 달러, 중국과 3천600억 위안의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어 있는데다 국가신용등급도 일본보다 높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이 연장된다면 더욱 좋지만 불발돼도 답답할 것은 없다는 얘기다. 통화스와프 연장 거부로 한국을 찍어 누르겠다면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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