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꿈은 아닐까. 가수 싸이가 난리가 났다. 그의 뮤직 비디오 '강남스타일'과 '말춤'의 인기는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후 남미와 유럽으로 확산된 인기는 오세아니아까지 번졌다. 전 세계 30여 개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당당 1위를 기록했다. 유튜브 조회 수는 무려 3억 5천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싸이, 세계 정복 현황'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랐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아이튠즈 차트 순위를 바탕으로 1위는 붉은색, 2'3위는 분홍색 순으로 실시간 싸이의 인기를 반영했다. 그러자 세계 지도가 불바다로 덮여버렸다. 국내 최초, 최단 기간. '싸이가 세계를 품었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싸이의 정상 등극은 미국 M-TV를 비롯해 NBC '투데이 쇼' 출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NBC가 마련한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특설무대에서 중독성 강한 멋진 '강남스타일' 연주를 펼쳤다. 공연 내내 뉴요커들이 싸이를 따라 말춤을 추며 열광했다. '엘런 쇼'에 출연해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쳐 인기 상승을 가속화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이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UK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올랐으니, 이제 남은 것은 빌보드 차트다. 현재 빌보드 싱글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 마룬 파이브의 'One more night'에 이어 2주째 2위를 달리고 있으니 1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싸이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 "웃통을 벗고 말춤을 추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은 4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전격적으로 앞당겨졌다. 10만여 명의 군중과 1천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잇 나우'와 '연예인'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그는 '밀고 당기는' 이른바 '밀당'의 마술사답게 자유자재로 '떼춤'과 '떼창'을 이끌었다. 이윽고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청중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20명이 실신을 하고서야 공연은 끝이 났다.
싸이가 잘생긴 꽃미남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외신은 '보통 한국인의 기준에서도 이상한 얼굴'이라고 평가한다. 당초에 "성형수술을 하지 않으면 데뷔를 시키지 않겠다"는 얘기도 있었단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가수'가 아니었다면 '루저'가 되었을지도 모를 싸이 덕분에 우리나라가 덩달아 떴다.
영국 BBC 방송은 4일 서울발 리포트를 통해 '강남스타일 신드롬에 힘입어 한국이 K-POP, 드라마, 음식 등 다양한 문화상품의 수출 강국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또한 BBC는 '전형적인 K-POP 아이돌과는 다른 싸이의 등장으로 한류가 동남아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싸이가 주는 효과가 어찌 그뿐일까. 측량하기 힘들 정도다.
그 월드 스타 싸이가 대구에 온다. 대구에 와서 말춤을 춘다.
1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전 개막식 피날레 무대에 싸이가 출연, '강남스타일'을 부른다. 또'대구스타일'을 부를지도 모른다. 싸이만 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 체조요정 손연재도 함께 말춤을 춘다. 그뿐이랴. 대구시에 의하면 대구시장은 물론 주요 내빈들을 비롯한 6만 관중 전체가 말춤을 추는 회심의 축제 한마당을 이끌어 낼 예정이란다.
그동안 대구시와 체전 준비 관계자들은 싸이의 출연 교섭을 위해 노심초사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공을 들인 만큼 그 보람도 찾아야 한다. 싸이의 가사처럼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남자'들로 '대구스타일'을 바꿔야 할까. 아니면 '커피 한 잔의 품격을 아는 여자,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남자'들의 도시로 만들어야 할까.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구의 전국체전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만 관심을 가지는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욕심으로 하자면, 이 기회에 '대구스타일'도 함께 바꾸고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6만 군무의 장관 연출은 그다음 일이다.
노병수/달서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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