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시대 삶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디지털 신자유주의를 살다/ 양정혜지음/ 리북 펴냄

2012년 한국에는 스마트폰, 힐링(치유), 서바이벌, 나르시시즘이 유행하고 있다. 폭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대중문화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으며, 이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 책 '디지털 신자유주의를 살다'는 스마트폰, 힐링과 서바이벌, 나르시시즘의 시대를 '디지털 신자유주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 같은 문화현상을 분석한다.

개인의 상처 입은 내면을 어루만지고, 어긋난 관계를 바로잡는 치유가 힐링(Healing)이다. 치유를 주제로 하는 TV 프로그램, 책, 관련 상품이 마구 쏟아진다. 지은이는 이를 집단적으로 생산된 불안, 좌절, 우울과 위안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치유가 감각적 겉핥기, 인스턴트화를 지나 희생자를 고객으로 하는 희생자 산업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치유 담론이 개인에게 많은 면책특권을 부여함으로써, 개인들이 불행한 것은 불행한 가정, 상처 받은 관계들 때문이지 자신이 무책임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고통 받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심각한 범죄의 경우에도 치유의 시각에서 조명하는 관행을 보여준다.

대중이 치유에 열광하는 것은 개인에게 면책과 자유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책임과 잘못을 최소화하는 대중적 치유담론이 강조되면서 진짜 치유는 뒷전으로 밀려날 위험도 있다. 상처와 불안, 우울, 극도의 분노, 관계파괴 등은 물질적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자리, 수입 등을 해결하지 않고 오직 대중요법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대중매체의 이해관계를 위해 치유가 소비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화현상은 방송사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현상이다. 지은이는 이를 시청률 경쟁에 내몰린 방송사들의 이해관계가 우리사회에 만연한 경쟁문화와 결합해 탄생한 문화산물로 본다. 서바이벌 문화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평범한 사람도 하루아침에 인생 역전할 수 있다'는 신화를 믿으며 열광한다. 희망 없는 삶 속에서 문화적 탈출구로 삼기에 매력적인 소재가 분명하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를 경쟁만이 최고를 낳는다는 신자유주의 가치관이 대중문화에 스며들게 되면서 경쟁을 미덕으로 승인하도록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본다.

나르시시즘의 확산도 눈에 띈다. '베이비부머세대'가 자신의 잠재력을 찾기 위해 여러 경로를 모색했다면, '미(Me)세대'(1970년대 후반~90년대 출생자)의 목표는 명성과 부로 비교적 명확하다.

이유식 광고 '내 아이는 특별하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요', 대기업 광고 '있는 그대로 너 자신이 아름답다'에서 보듯 Me세대는 날 때부터, 자라는 동안 늘 '난 소중하니까요'에 묻혀 살아왔다. 가정과 학교에서 자아존중감 기르기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내가 우선'이라는 나르시시즘을 낳은 것이다.

Me세대는 자신의 재능이나 학문적 소양과 별개로 자신은 존재 그 자체로 특별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변이 자신의 기대와 맞지 않게 흘러갈 때 맹렬하게 화를 낸다.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내릴 역을 지나쳤다고 지하철을 세우고, 인턴으로 회사에 취직해서도 보조업무 대신 처음부터 중요한 업무를 기대한다. 자라는 동안 격려와 관심을 받았을 뿐 비판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비판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비판을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대중문화 비평서인 이 책은 '우리시대 문화현상들이 새로운 담론과 신화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씁쓸한 경험'이라고 지적하고, 이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대중문화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볼 때, 위험과 소모를 줄이고 자기계몽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88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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