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미국 기술의 사회사

미국 기술의 사회사/루스 슈워츠 코완 지음/김명진 옮김/궁리 펴냄

돌조각 두 개를 맞부딪쳐 불꽃을 일으키는 법을 알아낸 초기 인류와, 훨씬 뒤에 자동차와 고속도로를 만들어낸 현대인의 공통점은? 바로 이들이 손으로 물건을 제작하는 영장류,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점이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인류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구를 사용하여 자연환경을 통제하고, 활용하고, 때로는 정복하려 애써왔다. 이 책은 손으로 만들고 조작하는 물건들, 즉 기술과 기술시스템에 맞춰 인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다.

많은 사람은 '기술사'라는 단어를 접하면 전문적인 분야를 떠올리지만 이 책의 저자이자 미국의 기술사학자 루스 슈워츠 코완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복잡한 삶과 역사 그 자체를 '기술사'로 읽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이 가진 미덕은 기술사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을 깨고, 기술사를 지성사, 기업사, 경제사, 노동사, 사회사, 문화사, 농업사, 환경사 등의 다른 역사 분과들과 끊임없이 연관지으며 서술한다는 데 있다. 더욱이 방대한 자료조사와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저자 특유의 글쓰기는 흥미로운 소설책을 읽는 듯한 즐거움과 지적 만족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책은 기술사 개론서이자, 미국의 사회사와 경제사를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일찍이 아메리카 원주민이 사용한 도구에서, 자동차, 컴퓨터, 항공기, 항생제, 피임약 등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시스템까지를 아우르며 미국 기술의 역사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특히 하나의 기술이 사회에 안착될 때까지 겪었던 다양한 과정과 그것을 받아들이던 사회적 분위기가 함께 담겨 있어 흥미롭다.

593쪽, 2만8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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