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고이즈미가 각료들에게 권한 인재 발탁 지침서

중직, 인물의 조건/ 후카자와 겐지 지음/이시카와 우메지로 감수/ 김욱 옮김/ 지훈 펴냄

이 책 '중직(重職), 인물의 조건'은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가 각료들에게 필독을 권한 책으로 유명하다. 2001년 11월 말, 고이즈미 총리가 다나카 마키코 외상에게 건네준 메모에는 이 책에도 나오는 "부하를 고무시켜 기분 좋게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과실에 집착하거나 편애하는 일 없이 사심을 버리고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다나카 외상이 그걸 읽고 참고하길 바란다. 부하는 외상의 피고용자가 아니다. 부하의 말에 귀를 기울여달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중직'(重職)은 중대한 책임이 있는 직무로서,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출세하고 힘쓰는 자리가 아니다. 조직과 사회, 나아가서는 한 국가의 개혁과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의 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직은 국가에서는 장관과 각료, 각 지방 단체장과 의원들이며, 기업에서는 부서장과 이사 및 임원들이고,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장'(長)으로 부여된 자리는 모두 '중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직은 '직'(職)보다 '중'(重)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자리에 연연하여 책임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원래 이 책은 일본 에도막부 말기의 대유학자인 사토 잇사이(佐藤一齋)의 '중직심득개조'(重職心得箇條)를 후카자와 겐지가 현대인이 알기 쉽게 재해석한 책이다. 지은이의 의도는 분명하다. 19세기 당시의 중직자들이 마음에 새기고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은 바로 오늘날 요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부 시대 중직의 소임을 맡은 자들은 위로 주군을 섬겨야 하고 아래로 부하들을 다뤄야 하며 가깝게는 동료들의 신임을 얻어야 했다. 그만큼 자신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였다. 조직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가 불신과 분열로 치닫는데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를 초래하는 것도, 막아내는 것도 중직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때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선거의 계절이다. 특히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뒤면 치러진다. 선거가 끝나면 요직들의 대이동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손에 잡았으면 하는 책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두껍지도 않다. 그러나 늘 곁에 두었으면 하는 책이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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