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 후보 제외하고 모두 물러나라"의 의미

기어코 올 것이 왔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4시간 40분 동안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제외하고 모두 물러나라"는 지도부 퇴진론과 "이대로 가면 진다"는 전면 쇄신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추석 민심을 접한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가 새 판을 짜지 않으면 이미 흔들린 '박근혜 대세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선 필패론'까지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이번 의총에서 나온 새 진용 짜기와 쇄신 요구를 한 귀로 흘려듣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당내 단합과 화합을 빌미로 새누리당의 대선판과 대선 전략이 바뀌지 않는다면 고정표로 굳어져 있는 기존 40%대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해 박근혜 후보는 반등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날 의총에서 쏟아진 "후보 외에 다 바꾸라"는 요구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상당히 설득력을 가질 정도로 심각한 바닥 민심의 추이를 반영하는 발언이다. 사실 추석 민심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얘기는 딱 두 마디, "되겠나, 걱정이다"와 "박근혜, 운이 다한 것 아니냐?"로 정리된다. 후보는 믿지만, 주변 인물들이 빚어내는 불협화음과 검은 짓거리들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나, 떨어지는 지지율로 운이 다한 것 아니냐는 걱정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변 인물들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나면 한자리하려는 꼴을 어떻게 보느냐는 우려에 측근 인사의 막말 파동까지 겹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철저한 개선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사과 발언으로 겨우 과거사 논란을 진정시킨 박근혜 후보는 더 큰 그림과 더 깨끗한 정치, 젊고 참신한 인물 수혈과 능력자를 발굴하기 위한 삼고초려의 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더니, 이번 추석에는 지역구 의원들이 민간단체들과 30분 단위로 직접 면담을 하면서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며 낮은 자세와 변화된 여론 수렴 의지에 대해서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현 지도부 퇴진론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보인 박근혜 후보는 의총에서의 쇄신 요구를 묵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박근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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