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언미 지음/ 한티재 펴냄
280쪽. 1만5천원
2년 전쯤의 일이다. 저자가 편집 책임을 맡고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발행하는 월간잡지 '대구문화'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념호를 준비하며 대구 문화계의 각종 자료들이 사라져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며 같이 흥분했던 적이 있다. 무관심과 무신경 그리고 빠른 시간의 흘러감에 공감하며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는 잊어버렸다. 하지만 저자는 진작 이 문제에 천착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출판 배경에 기자와의 만남도 조그만 작용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대구에 대한 표현 가운데 문화예술에 관련된 것만 해도 '사진의 수도', '구상미술의 중심지', '현대미술 운동의 발상지', '작곡의 도시' 등등 다양하다며 그만큼 대구에서는 일찍부터 각 분야 예술인들의 활약이 활발했고 그것이 오늘날 대구의 문화예술을 지키는 힘이라고 했다. 이런 역사를 만들어낸 대구의 원로 예술인 17인과의 인터뷰를 엮은 것이 이 책이다. 이들은 1920년대 이후에 태어나 한국전쟁 이후 대구 문화계에서 활동하며 대구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풍부하게 했던 주역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그 사이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고, 현재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들도 있다.
이 책의 등장 인물은 화려하다. 사진가 강상규, 살풀이춤 예는보유자 권명화, 현대무용가 김기진, 날뫼북춤 예능보유자 김수배, 판화가 김우조, 서양화가 김종복과 신석필 전선택 정점식, 작곡가 우종덕과 임우상, 문학인 윤장근, 대구시향 초대 지휘자 이기홍, 극작가 이만택, 연극인 이필동, 합창지휘자 장영목, 조각가 홍성문 등이다.
이들은 예술인이라는 화려한 모습 이면의 외로움과 고뇌, 기쁨과 보람 등을 진지하게 들려준다. 그들의 삶에 찬란했던 순간들과 그 뒤에 숨은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경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노력의 시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원로 예술인들의 삶을 대하는 자세와 그 발자취에서 그들이 추구해온 예술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 책에 담은 원로 예술인들의 삶과 그 업적은 그대로 대구예술의 역사와 문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늘 현장에서 대구의 문화예술인들을 만나는 인터뷰어였던 저자는 대구의 문화공간들과 예술작품, 역사적인 자료들을 접하면서 대구 문화예술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어졌고, 원로 예술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는 모습을 보며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문화예술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대구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그리고 직업으로 대구의 문화와 예술을 늘 접하게 된 사람으로서 원로 예술인들에 대한 기록과 자료를 정리해 남기는 것 또한 대구 예술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저자는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이마저도 사라져 순전히 인간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사태만은 막고 싶다고 했다.
또 앞으로 꾸준히 해나가야 할 그런 작업의 첫걸음으로서 그동안의 인터뷰와 자료를 추리고 묶었다. 저자는 이번에 책에 실은 원로들 외에도 그들 이전 세대와 그들 이후 세대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문화에 대한 학술적 연구의 밑거름이라도 되고 싶다고 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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