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국가산업단지 4단지 휴브글로벌 탱크로리에서 누출된 불산은 인체 등에 얼마나 위험한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리를 녹일 정도로 강한 독성 때문에 불산은 적은 농도에도 사람 등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번 휴브글로벌 누출사고와 유사한 불산 관련 사고가 미국에서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과 양원호 교수에 따르면 1987년 10월 미국 텍사스주 한 정유공장에서 제조 공정 도중 실수로 4만파운드(18.14t)의 불산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근로자와 주민 등 5천800여 명이 48시간 동안 대피를 했고, 1천87명이 호흡기 및 안구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95명이 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식물과 채소류에도 심각한 손상이 나타났고, 불산에 노출된 사람들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휴브글로벌 인근 주민들과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대원과 경찰관, 인근 공장 근로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후유증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양원호 교수는 "일단 피해지역의 대기나 물, 토양에 남아있는 불소화합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주민들의 건강역학조사를 통해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공포감을 갖기보다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주민들의 건강 이상 여부를 추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불산 누출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있다. 계명대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김성진'서익권 박사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논문 '불화수소산에 의한 흡입손상환자의 체험 1례'에 따르면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일하던 환자는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38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기침 및 가래, 열과 오한 등의 증상을 보였다. 논문은 "환자는 배선수리를 하다 불과 1시간가량 불산가스에 노출됐지만 서서히 폐가 손상되는 지연성 폐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산은 부식성이 강한데다 다른 물질보다 신체조직에 빨리 침투한다고 밝히고 있다. 피부나 눈, 호흡, 입을 통해서도 인체에 유입되고 신경계에도 손상을 일으킨다. 체내에 들어온 불산은 불소이온이나 칼슘이온, 마그네슘 이온과 반응해 중화된 염의 형태로 조직에 가라앉고, 세포의 대사를 방해해 세포가 괴사하도록 한다.
그러나 불산이 영구적으로 남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불산은 휘발성으로 쉽게 기화되기 때문에 이미 상당 부분 대기 중으로 희석됐을 가능성이 높고, 토양에 침투한 불산은 흙속의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무기물질과 결합해 안전한 화합물로 중화된다는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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