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의 한글 교육을 위해 현지에 설치됐던 '세종학당'이 철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훈민정음학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대 등에 따르면 올 1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州) 부톤섬 바우바우시에서 문을 연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이 지난 8월 말 철수했다.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세계 각지에 설립하는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바우바우시에는 경북대와 인도네시아 무함마디아 부톤대 협력으로 설치됐다. 개원 이후 성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육뿐 아니라 현지 학교를 찾아가 한글을 보급하기도 했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 찌아찌아족 대상 세종학당이 불과 7개월 만에 철수하게 된 주된 이유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
세종학당의 운영을 맡아온 경북대 측은 "문화부 지원금 3천400만원과 경북대 예산 3천600만원 등 총 7천만원으로 바우바우 세종학당 사업을 시작했지만 강사 2명의 인건비와 교재비, 기자재비 등에 턱없이 부족했다"며 "현지인 학생과 근로자들 사이에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재정난 때문에 사업을 중도에 접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또 "문화부에서는 바우바우시 현지에서 쓴 정부지원금에 대한 영수증 증빙을 대학에 요구했지만 현지 사정상 신용카드 사용이나 영수증 발급이 어려워 회계처리에도 힘든 점이 많았다"며 "재정난 해결과 회계 증빙의 힘든 점을 문화부에 알렸지만 회신이 없어 지난 8월 말 세종학당 사업을 종결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세종학당에 강사로 파견됐던 현지 유일의 한국인 교사 정덕영(51) 씨도 세종학당 철수와 함께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찌아찌아족은 독자적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어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가 2009년 훈민정음학회의 건의로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하고 학회가 만든 교과서를 써왔다.
이후 서울시가 바우바우시와 문화예술 교류'협력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하고 문화부가 세종학당을 세우는 등 지자체와 정부가 나섰지만, 재정적 어려움과 문화적 갈등 등으로 한글 보급은 줄곧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경북대가 사정상 철수해 세종학당을 맡을 다른 대학을 물색하고 있다"며 "정해지는 대로 다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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