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와이퍼를 생산하는 캐프는 지난해 중소기업에서 졸업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은행거래와 세제 지원 등에서 중소기업이 누리던 혜택을 한순간에 잃었다. 특히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이 회사는 해외 사업 마케팅 지원이 모두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 곽우영 이사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이 끊기면서 코트라 사무실에 있던 유럽지사를 외부로 옮겨야 했다. 이때문에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됐고 소소한 부가 혜택도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을 졸업한 지역 중견기업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중소기업 혜택은 사라지고 정책적으로는 사실상 대기업 대접을 받으면서 각종 제재는 강화돼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발전법처럼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에도 성장을 지원할 정책지원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러운 둘째, 중견기업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 중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기업을 말한다. 산업발전법에는 '고용안정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혁신역량과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대기업이 아닌 기업'이라고 명시됐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중견기업은 전국에 1천291개다.
대구시는 지역 내 중견기업을 30개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1천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지역 내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
해 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으로 중견기업 분류가 명시되면서 현재까지 중견기업 현황을 파악'분류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으로 2007년 1천억원 이상인 기업은 31개였지만 지난해 48개로 늘어났다.(그래프 참조)
이처럼 중견기업이 늘어나면서 지역 고용과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정작 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발전법상 중견기업 기준은 나와 있지만 중소기업 당시 받던 혜택은 모두 사라지고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아 사면초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103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견기업 진입 시 겪는 애로사항으로 33.0%가 조세 혜택 축소를 꼽았다. 자금조달 곤란(16.5%)과 정부규제 강화(13.6%), 인력확보(11.7%), 공공기관 판로제한(3.9%), 하도급법 적용 제외(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뒤 겪는 어려움으로는 신성장동력 확보(32.0%)와 조세부담(16.5%), 해외시장 등 판로개척(14.6%), 기술경쟁력 확보(11.7%)와 인력수급(9.7%) 등으로 조사됐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중견기업에 대한 기준이 나와 있다지만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자산과 매출액, 상시 근로자 수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다 보니 일부 역차별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도 맞춤형 지원을
성서산업단지 내 한 철강 기업은 인력수급을 위해 올 3월,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진행했지만 4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대기업으로 분류돼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곳 한 이사는 "산업기능요원 제도 역시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서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며 "지난해까지 받던 혜택이 한순간에 모두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매출 3천억원의 또 다른 중견기업은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중견기업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해외 투자자금을 금융권을 통해 조달하려해도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현대 등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은 매출이 수십조원이 넘는데 매출이 1천500억원을 넘겼다고 지원과 규제는 대기업으로 대접하고 있다"며 "중견기업에도 적절한 혜택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측은 정부가 세제 부담 완화와 신성장동력 발굴, 해외시장 개척 지원 등에 대한 정책 과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스타기업 선정 등을 통해 중견기업을 발굴하는 한편 이들에게 혜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지식경제부가 관련 법을 만들면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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