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쐬…'로 시작하는 어제의 언해본 첫머리를 '나라의 말이 중국(中國)과 다르기 때문에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이해하지만 이는 세종대왕 본래 속마음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계 문자 중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 시기(1446년 9월), 창제 원리까지 알 수 있는 우리글에 매료돼 반평생을 한글 연구에 매진해 온 재야학자 정창수(57) 씨. 그는 모든 언어가 사람의 입에서 나는 소리로 구성돼 있지만 우리말만은 각각의 소리에 독특한 음가(音價)를 부여해 '소리-글자'와의 상관관계를 염두에 두고 만든 글자라고 주장한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의 속마음은 그가 직접 쓴 훈민정음 해례본 첫머리 '어제'(御製) 54자 속에 분명히 밝혀져 있습니다. 그것은 훈민정음 창제 동기가 문자체계가 아니라 바른 소리를 통해 민중의 소통수단을 바로잡기 위함인 거죠."
정 씨에 따르면 해례본 어제 첫머리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의 해석은 '나라의 말이 달라 나라 안이 서로 문자로 소통이 안 된다'는 세종대왕의 소회이다. 또 굳이 '나랏말'이란 뜻의 '국지어'(國之語)로 해도 되는데 '국지어음'(國之語音)으로 한 글자를 더 보탠 것은 세종이 당시 지식계층의 전유물인 한자를 읽는 소리와 민중들이 쓰는 우리말이 달라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음을 표현한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정 씨는 해례본 어제 54자의 마지막에 어조사 의(矣)가 아닌 귀 이(耳)로 끝을 맺어 한글 창제의 목적이 '눈으로 보는 글자'가 아닌 '귀로 듣는 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 창제 당시 정인지가 이미 해례본 서문을 작성했음에도 세종이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별도의 어제를 해례본 앞에 써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훈민정음 창제를 위해 세종은 산스크리트어에 능통한 신미대사의 도움을 받았고 신숙주를 수차례 만주에 파견해 언어를 연구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도 인도 타밀어나 불교경전에 적힌 많은 단어들이 우리말을 만든 '정음'의 법칙이 적용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영남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필리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정 씨는 우연히 해례본 어제 54자 속에 비밀코드화 된 세종의 한글 창제 이야기에 이끌렸다. 그는 고향 의성에서 1인 출판사 '바른 소리' 대표를 맡아 한글의 과학적 창제 원리의 단초를 제공한 한민족 옛 글자인 가림토 문자 연구와 숫자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하나님 가라사대'와 '말과 글자와 DNA'라는 책을 펴냈고 휴대용 단말기에 한글과 영어, 숫자를 한꺼번에 입력할 수 있는 새로운 자판구조를 도안해 올해 6월 특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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