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엘인헤르또 판도라델까르멘 빠까마라(Guatemala Huehuetenango El-injerto Pandora del Carmen Pacamala). 근래 내가 접해 본 커피 중 가장 맛이 탁월했던 커피의 이름이다. 중남미 과테말라 국적의 우에우에테낭고 주(州)에 있는 '엘인헤르또'라는 농장의 '판도라델까르멘' 지역에서 생산된 '빠까마라' 종(種)으로 지난 5월에 있었던 과테말라 C.O.E(Cup Of Excellence)에서 1위를 한 농장의 커피이다. 커피의 이름이 참 길기도 하다 싶겠지만, 이것이 커피의 정확한 명명 방법이다.
커피 산업의 발전과 좋은 커피를 찾는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단순히 원두커피로만 불리던 향이 나는 검은 액체가 각각의 제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볶아진 커피를 재료로 어떤 도구를 써서 어떤 레서피로 제조되는지에 따라서 커피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이 있고, 스페셜티커피로 불리는 고급 커피의 경우는 그 생두가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느 농장의 어떠한 종인지, 또한 그 가공 방법은 어떤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곧 그 커피의 이름이 되며, 품질과 가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다. 빨간색의 작은 커피체리가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엘인헤르또 판도라델까르멘 빠까마라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며 특별한 커피가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누구나 이름이 있다. 이름 명(名)은 저녁 석(夕)과 입 구(口)를 합한 글자이다. 저녁이면 어두워져 사람이 보이지 않으므로 부른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뜻을 지닌 글자를 써서 이름을 지어주고, 자식이 그 이름과 같은 삶을 살아 주기를 바란다. 내 이름은 명규(明奎)이고, 아내의 이름은 명숙(明淑)이다. 흔히들 커피명가의 명자가 이름 명(名)자일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우리 부부 이름의 중간자인 밝을 명(明)자를 써서 커피를 나누며 밝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기대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커피로 이름난 곳이기보다는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밝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가을 초입에 들어서며 한여름 더위를 핑계로 게으르게 두었던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며 여기저기서 받아두었던 명함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잦아진 어느 때부터, 나는 받아든 명함에서 그 사람의 이름보다는 직업과 직함만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었나 보다. 다시 챙겨보는 명함에서 그분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읽어보며 간혹 초등학교 동창과 같은 이름도, 뜻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이름도 있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 이름의 주인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좀 더 명확하게 만남 당시 나눈 이야기와 상황들이 정리가 되는 듯도 하다. 그 모든 이름들이 자식들의 삶이 보다 행복하고 빛나기를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지어졌음을 생각하면 서로에 대한 예의로 처음 만남의 순간에 그 이름을 조금은 더 관심을 두어 나누어 봄이 어떨까 한다.
이름에 남다른 의미를 두어서인지 나는 사람들이 서로 간의 호칭이나 타인을 어떻게 부르는지에 대해서도 유독 예민한 편이다. 특히, 나라의 제일 어른인 대통령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경우를 접하면, 아무리 사회적 지위와 학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본적 예의 부재에 실망하게 된다. 부끄럽게도 국민투표에 몇 번 참여해 본 바 없을 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고백하지만, 대통령의 이름이 동네 친구나 나이 어린 동생 이름처럼 불리는 경우를 보면, 그렇게 부르는 사람에게는 화가 나고, 그렇게밖에 불리지 못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에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호칭에 대한 사소한 문제지만 나라의 어른을 어른으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하는 작지만 기본적인 사회질서를 우리부터 지켜 나가보면 어떨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유 모를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가을이 와 버렸다. 새로운 누군가, 늘 곁에 있었지만 소원했던 누군가 그 이름을 따뜻한 음성으로 불러 준다면, 그가 나에게로 와서 이 가을을 향기롭게 해 줄 꽃이 되어주지 않을까.
안명규/커피명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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