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수출 1호로 떠들썩했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현지 세종학당 위탁 운영을 맡은 경북대가 재정난을 이유로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학당은 8월 31일자로 문을 닫고, 한국어 교사도 철수했다.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교육은 단순한 한글 보급 문제만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찌아찌아족이 문자를 사용하게 되면 혹시 분리 독립운동이 일어날까 걱정했고, 찌아찌아족이 거주하는 바우바우시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했다. 외형적으로는 세종학당의 재정난이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 장기적인 추진 계획 없이 실적을 먼저 떠벌리는 관계 기관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훈민정음학회는 2008년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을 발표하고 2010년 교사를 현지에 파견했다. 하지만 당시 지원하기로 했던 서울시와 바우바우시와의 교류 협력 문제가 무산되면서 한글 교육도 중단됐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현지에 세종학당 설립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8월에야 경북대를 운영자로 선정했다. 학당도 재정난으로 미뤄지다 올해 1월에야 열었지만 결국 8개월 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국외 한글 보급의 상징인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교육은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러난 재정 문제는 미미하다. 경북대 측은 연간 1억 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문화부 지원금 3천400만 원과 경북대 부담 3천600만 원 등 7천만 원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문화부는 다른 대학을 정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화부나 경북대가 연간 3천만 원을 더 부담할 형편이 안 돼 한글 교육을 중단한다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빠른 결정으로 찌아찌아족을 위한 세종학당이 다시 문을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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