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아트(steel art)의 역사적인 작품들과 스틸을 매개로 한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펼치고 있는 현대 작가들의 스틸라이프전이 포항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야말로 스틸이 가진 예술적 가능성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흔히들 포항을 철강도시라고 불러왔다. 그전에는 해병대 도시로 불리며 대외적으로 딱딱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바로 그 철이 예술의 옷을 입고 이번 가을날에 포항 시민의 곁으로 나들이를 왔다.
지금까지 스틸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생명의 모습으로 다가온 적은 별로 없었다. 포항으로 오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 가교 역할이 포항시립미술관이라는 것과 철강도시 포항에서 그 전람회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철강도시이기 때문에 철을 소재로 했다는, 단순히 도시 특성을 살렸다는 것을 넘어선다. 전시'기획부터 작품 하나하나가 주는 무게감이 미래 지향적이어서 더욱 좋았다. 즉 앞으로 포항이라는 도시의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환경, 역사와 정서를 예술작품에 담아내는 것은 예로부터 그 도시에 살면서 창작활동을 펼쳐온 각 장르 작가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자 소망이었다. 포항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들도 이번 전시를 통해 포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와 상상력을 얻을 수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해본다.
함께 열리고 있는 포항 스틸아트페스티벌도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적 향기를 안겨 주리라고 본다. 시내 곳곳에서 만나는 설치 작품을 통해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스틸의 예술적 흥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철강도시에서 살아온 시민으로서 긍지도 함께 갖게 될 것이다.
스틸은 인류의 삶을 지탱해 왔다. 각종 도구를 통해 인간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으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줬다. 이번 스틸라이프와 스틸아트페스티벌은 그런 인간의 삶과 사고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묵묵히 인간의 삶과 함께해 온 스틸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예술가들의 손을 빌려 그들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인간을 닮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굳이 미켈란젤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형상은 처음부터 그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이제야 그들을 불러냈을 뿐이다. 잠깐 숨을 돌리며 가을과 함께 온 스틸, 그 빈객을 맞으러 가야겠다.
김일광/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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