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전 바람 부는 영덕…지역경기 활성화 '기대반' 이권갈등·환경단체 반발 '우려반'

경북동해안 지역에 자리한 울진원자력발전소(위 사진)와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경북동해안 지역에 자리한 울진원자력발전소(위 사진)와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영덕이 신규원전 부지로 확정되면서 벌써부터 지역경기 활성화, 이권을 둘러싼 갈등, 환경단체의 반발 등이 감지되고 있다. 군은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전 운영에 따른 지원금과 지방세수 증가분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으면서도 원전을 유치했던 타 지자체가 겪었던 갈등을 되풀이 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원전유치=지역발전' 글쎄요?

영덕군은 원전유치에 따른 자금으로 농어촌 소득증대, 주민복지 증진, 지역균형 개발, 고용 창출, 인구 증가, 사회간접자본 확충, 에너지관련 기업 유치 등 '새로운 영덕'을 꿈꾸고 있다. 지역민들 역시 "우리 영덕도 발전하고 잘 살게 되겠지"라며 원전유치에 따른 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역민들의 기대는 영덕군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전을 유치한 타 지역이 겪고 있는 ▷지원금을 둘러싼 자지체-한수원, 지역 간 갈등 ▷지역 업체가 배제된 타지역 업체 공사 선정 ▷기대치에 따르지 못하는 지역발전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명식 영덕군청 기획담당은 "특별지원금 3천200억원을 종잣돈 삼아 영덕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 설득과 동의라고 생각한다"며"이를테면 산골마을마다 도로를 깔아주는 비효율적인 예산을 경계해야 하는데,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실행은 쉽지 않아 이에 대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에 따른 원전정책 향방

정부가 2008년 수립한 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06년 기준 전체 발전 설비 비중의 26%인 원전을 2030년까지 41%로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원전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해줄 유일한 대안이며 경제성 측면에서도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21기의 원전 이외에 19기를 더해 2030년 40기의 원전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현재 7기를 신규 건설 중에 있고, 신고리 5'6호기와 신울진 3'4호기를 더 건설할 부지를 이미 마련해놨다. 나머지 8기는 영덕과 삼척에 각각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까지가 정부의 원전 정책이다. 만약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인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에너지 정책 전반이 수정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을 만들어 신규원전 건설 추진 중단과 기존 핵발전 중심의 전략 정책 대신 지속가능한 국가 장기에너지 수급계획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새진보정당추진회의 노회찬 의원은 "국가 에너지 및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정권 말기에 신규원전 부지에 대해 지정고시를 감행했다"며"세계 탈핵 흐름,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 핵없는 사회를 열망하는 여론 등을 감안해 탈핵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히며 원전 건설 반대를 분명히 했다.

◆영덕의 신규원전을 잡아라

영덕에 원전건설이 본격화 되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 때문에 영덕군은 일찍이 함바식당이나 새로운 숙박시설에 대한 건설 자제를 한수원과 협의하고 있다. 덧붙여, 어떤 시설이든 포화 상태가 아니라면 영덕주민들이 우선순위가 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영덕군의 강력한 의지다.

하지만 포항과 경주, 대구 등 건설업체에서는 영덕에 투입될 원전 관련 공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포항의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영덕 업체와 사업을 공동 혹은 단독으로 추진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항의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원전공사가 본격화되면 물량이 급격히 늘어 영덕 업체만으로는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이 때문에 미리 영덕 업체와 친분을 쌓거나, 지역 업체로 등록해놓는 사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업체 관계자는 "영덕에는 영세한 사업체가 많아 자금력을 갖춘 사업체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며"신규원전 사업 지역에 대한 큰 업체의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성락 영덕군청 기획실장은 "원전사업이 시작되면 전체 영덕군민의 10%에 해당하는 4천 명의 신규 인구가 유입되고, 1년 예산(3천억원)을 넘는 돈이 풀리게 된다"며"당연히 여러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지만, 원칙적으로는 지역과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원전정책에 대한 영덕군 주민들의 시각

영덕군은 신규 원전 발전소 건립이 기정사실화 됐지만 여전히 주민 간에 "발전소 건설에 따른 경제 효과로 지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찬성론과 "핵 정책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입지선정 발표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원전 건설을 통해 지역 발전을 앞당기고, 정부 차원에서도 인근 울진 원전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특히 영덕의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유치 반대에 앞장섰던 강구항 일대 상인들 역시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게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5) 씨는 "원전 건설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 지역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등 반핵단체들은 여전히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즉각 중단하고 핵 정책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환경연,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등은 영덕에 신규원전 부지가 지정고시 된 14일,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즉시 백지화하라"고 주장하며 "단 1기의 원전 건설도 허용치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어민 남모(66) 씨는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동해안의 청정지역, 영덕마저 핵 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하니 안타깝다"며"당장 원전 건설만 생각하면 경기 부양 효과가 있겠지만 건설 이후 지역 관광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영덕'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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