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선선해지면서 국내 최대 규모 영화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벌써 17회를 맞이하며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로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필자는 매우 많은 업무 덕분에 부산의 같은 해운대구에 있으면서도 영화제에 거의 가보지 못했다.
영화제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독자들은 왜 매년 국내 주요 영화제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데 웬 한량들이 그렇게 많은가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물론 그 역시 일리 있는 이야기이지만, 집 앞의 극장이 아닌 영화제에는 다음과 같은 매력이 있다.
첫째 평소 보기 어려웠던 배우와 감독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이것이 일반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는 가장 대중적인 이유일 것이다. 요즘 극장의 무대 인사가 보편화되어 영화의 배우와 감독을 만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영화 시작 전에 잠깐 인사 몇 마디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촉이 가능하다. 관객들이 평소 관심 있었던 그들이 부산 어느 횟집이나 커피숍의 옆 테이블에 앉아 있기도 하고 관람하러 온 영화의 옆 좌석에 자리하기도 한다.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의 홍보를 넘어선 만남과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는 이유는 매우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영화제에서 화제가 될 만큼 좋은 영화라면 일반 극장에서 곧 개봉하게 될 텐데 영화제까지 가서 찾아보느냐고 하기도 하지만 일반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는 대다수의 관객 취향을 만족하게 하는 일부 작품들뿐이다. 수백 편의 상영작으로 관객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작품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영화제이다.
끝으로 영화제는 영화를 관람하는 행사인 동시에 여행의 추억을 제공한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인데 바다나 강, 호수, 산 등의 명소가 있는 영화제들에 주로 관객들이 몰리며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비해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도 도심의 빌딩 숲 속에서 이루어지는 영화제는 거의 성공하지 못하는데 수도인 서울에 명망 있는 국제영화제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는 부산영화제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기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연인이나 가족들과 추억을 남길 영화제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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