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루퍼'vs'회사원'

시공 넘나드는 킬러들의 치열한 흥행대결

지난주 극장가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천만 관객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슈가 없다. 하지만 한창 진행 중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리면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다양한 신작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에 당분간 관객들의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질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주에는 '킬러'를 소재로 한 국내외 화제작 2편이 개봉해 새로운 흥행 전쟁의 신호탄을 올린다.

먼저 소개할 영화 '루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등에서 우리보다 먼저 개봉해 박스오피스 1, 2위를 달리고 있어 국내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진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주목받는 SF 소재 중 하나인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다.

2074년의 캔자스는 암흑의 도시로 변해버렸고 시간여행은 불법으로 규정돼 거대 범죄 조직들 사이에서만 비밀리에 이용된다. 완벽한 증거 인멸과 처리를 위해 미래의 조직들은 제거 대상들을 비밀리에 2044년에 활동하고 있는 '루퍼'라는 킬러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킬러들 중에서도 완벽한 임무 수행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조셉 고든 레빗)에게 새로운 목표가 등장한다. 그런데 그 목표가 바로 '레인메이커'에 의해 살해당한 아내를 다시 살려내고자 과거로 돌아온 30년 후의 바로 자신(브루스 윌리스)임을 알게 된다.

현재와 미래의 동일 인물이 한 공간에서 만나 '2인 1역'이 되어 시간전쟁을 벌이는 영화의 이야기가 그동안 수없이 동일한 소재의 영화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한, 조셉 고든 레빗이 브루스 월리스의 젊은 시절을 재현해 내는 모습 역시 이채롭다.

다음으로 살펴볼 우리 영화 '회사원'은 배우 소지섭의 출연과 일반 금속제조회사로 가장한 살인청부회사라는 배경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한 금속제조회사지만 알고 보면 살인이 곧 실적인, 살인청부회사의 영업 2부 과장 지형도(소지섭)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냉정함과 차분함으로 회사에서 유능함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앞만 보고 달려온 주인공 앞에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과 닮은 아르바이트생 훈(김동준)이 나타난다. 훈과의 임무 수행 중, 무언가 망설임의 감정을 느낀 형도는 그에게 전부였던 회사의 뜻을 처음으로 어긴다. 그리고 그런 그를 늘 주시해오던 기획이사 종태(곽도원)는 형도의 변화를 알아차린다.

치명적인 조직이 일반회사로 위장해 우리 주변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설정이 앞서 살펴본 루퍼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소재로 다가온다. 또한 '회사원' 생활을 오래 하면서 어느 순간 평범한 일상을 갈망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특별한 삶의 의미 역시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이처럼 이번 주 극장가는 시간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암살자들끼리의 치열한 흥행 다툼이 예상된다.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