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에서 울려 퍼지는 청년 박태준의 로맨스

대구오페라축제 개막작으로 '동무생각'다양한 변주 주목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작곡가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 도입부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축제 개최 10주년을 맞아 개막작으로 대구를 빛낸 작곡가 박태준의 삶과 음악, 사랑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화 한 창작오페라 '청라언덕'을 내놓았다.

◆동무생각의 무대인 동산병원 내 '동산'

'동무생각'의 무대가 대구 동산병원 내 '동산'이라는 사실은 지난 2009년 대구 중구문화원(원장 김덕영)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박태준(1901~1986년)이 작곡한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고 있는데, 이 '청라'가 지금도 푸른 담쟁이로 뒤덮인 동산병원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지칭한다는 것. 동국대 음대 이혁우(59·대구가톨릭음악인협회장) 교수는 "2008년 6월부터 대구 중구문화원과 함께 여러 차례 현장답사와 출장 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고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무생각'이 청년 박태준의 로맨스를 담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11~1916년 계성학교에 다녔던 박태준은 늘 자신의 집(현 섬유회관 인근) 앞을 지나던 한 여고생을 잊지 못했는데, 이 짝사랑이 작곡의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 '동무생각' 3절에 나오는 가사 '서리바람 부는 낙엽동산 속 꽃 진 연당에서…'의 연못은 동산에 물을 대주던 '선황당 못'이라는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 연못은 1923년 서문시장 확장과 함께 메워졌다. 이런 역사적 고증과 함께 중구문화원은 2009년 6월 17일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 앞에서 '동무생각' 노래비 제막식을 갖기도 했다. 이후 '동산'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애틋함을 간직한 장소로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골목투어'의 장소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오페라 '청라언덕'

노년의 박태준과 젊은 시절 박태준의 사랑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개돼 첫사랑의 아련한 그리움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8일 오후, 대구오페라하우스 3층 연습실. 노년의 박태준(바리톤 김상충)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 그 옆으로 젊은 시절의 박태준(테너 박현재)과 그의 첫사랑 유인경(소프라노 이정아)이 애틋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공연 전체에는 '동무생각'이 다양한 변주를 통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유인경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정아는 "창작오페라라 모험도 컸지만 워낙 가사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줘 감정을 몰입해 노래하기에 좋았고, 음악 또한 우리 감성에 꼭 맞는 분위기로 채워져 연습을 하면 할수록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오페라에 익숙지 않은 대중들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무생각을 비롯해 오빠생각, 클레멘타인, 켄터키 옛집 등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한 가곡과 번안된 미국 민요 등이 작품 곳곳에 삽입돼 있다.

한국의 서양음악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음악인들이 대거 등장해 그들의 뒷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선사한다. 대본을 쓴 최현묵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한국 현대음악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작곡자 박태준의 생애뿐 아니라 안익태, 현제명, 이은상 등을 동시에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대구가 한국 현대음악의 중심도시였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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