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고 다음날 심각단계 해제…환경당국, 2차피해 키운 꼴

소석회 중화 공문 안 보내고 일부언론에 7차례 통보 홍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화학공장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와 관련해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대구환경청의 초동대처(본지 8일자 1면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구미시에 따르면 환경부와 대구환경청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 43분 사고가 발생하자 오후 7시 50분에 '화학물질 사고 경계 경보'를 발령하고, 오후 9시 30분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사고 다음 날 오전 3시 30분 '심각 단계'가 해제됐다는 공문을 구미시에 보내 상황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가 발생한 날 자정쯤 구미에 도착해 28일 오전 1시 30분 사고지점과 인근에서 불산을 측정해 1ppm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2시 5분 불산 누출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산동면 봉산리에서는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구미시에 전화통보를 한 다음 28일 정오쯤 철수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과정에서 사고 지점과 인근 지역에서 산성도 측정을 하는 pH(수소 이온지수) 시험지'검지관 등 간단한 장비로만 불산 농도를 측정한데다, 수분이 많아 농도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차 피해가 확산하자 뒤늦게 사고 발생 9일이 지난 이달 6일 다시 구미에 와서 불소화합물 등 측정에 나섰다.

특히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발생 이후 한 번도 공식 공문을 통해 '소석회로 중화하라'는 지침을 구미시와 소방당국에 내린 적이 없는데도, 일부 언론을 통해 7차례나 통보한 것으로 홍보했다.

결국 국립환경과학원의 불산 농도 측정 자체가 처음부터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환경부와 대구환경청이 서둘러 심각단계를 해제하는 바람에 2차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구미시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이 구미시에 7회에 걸쳐 소석회 살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사고 발생 3시간 50분 후에 '소석회 사용이 적절하다'는 전화연락만 받았다"고 말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사고 발생 2시간 20분 만에 소석회 20t을 현장에 투입했으나 밸브를 막기 전까지 뿌릴 수 없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검증 때문에 사고현장 출입이 통제돼 28일 오후 1시 25분부터 소석회로 사고현장을 제독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책임자로 구미에 왔던 석광설 국립환경연구원 화학물질연구과장은 "구미시에 소석회 살포와 불산 검출 결과를 공문으로 보낸 적은 없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7차례는 과장된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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