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지에스케이의 신축공장. 20m가 넘는 공장 한쪽에서 대형 직기 한대가 직물을 제조하고 있었다. 직기에서는 의류에 쓰이는 일반적인 직물이 아닌 그물 형태의 직물이 만들어졌다. 바로 건강식품 건조용, 반도체 제품 가공용에 쓰이는 섬유벨트다.
회사는 특수 원사인 아라미드를 이용한 직물 제작에 성공, 310℃ 이상의 고온에서도 버틸 수 있는 섬유 벨트를 국산화했다. 김점석 대표는 "섬유 경기가 국내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입품을 대체하고 국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 섬유업체들이 유럽발 재정위기와 대중국, 중동지역 수출 감소 등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이를 벗어나기 위한 한계 극복에 집중하고 있다. 의류품목에서 나아가 기계 부품 및 의료기기 부품을 개발, 수입 대체 품목에 도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섬유경기 악화
지역 섬유업체가 의류품목에서 나아가 기계 부품 및 의료기기 부품 개발에 도전하는 것은 갈수록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길어지면서 유럽지역 내수 시장이 위축돼 현지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대구경북 섬유류의 유럽 수출은 1월 3천258만달러에서 4월 3천618만달러로 상승했지만 6월 2천881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중동지역의 경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증가했던 수출은 5월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4천105만달러를 기록했던 월별 수출액은 6월 들어 3천629만달러로 감소했으며 7월 역시 3천207만달러로 전달보다 줄었다.
특히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올 1월 2천572만달러였던 대중국 월별 수출액은 5월 4천27만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중국의 수입이 감소해 지난달 수출액이 3천251만달러로 떨어졌다.(그래프 참조)
섬유업계는 향후 수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올 4/4분기 대구경북지역 섬유 제품의 수출 경기전망은 64.7로 나타나 기준치인 100에 훨씬 못 미쳤다.
한국무역협회 이동복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섬유가 호황을 누렸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침체기에 들어섰다"며 "수출 시장이 축소됐고 미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지금은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로 위기 극복
이 같은 불확실한 섬유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역 섬유업체들은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금호N.T는 DYETEC연구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비뇨기암센터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수술용 유해가스 제거필터의 국산화를 위한 개발에 착수했다. DYETEC연구원 전성기 원장은 "복강경 수술에서 전기 소작기 및 초음파 절단기를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연기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필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전량 해외에서 수입했지만 수입산 역시 몇몇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DYETEC연구원은 2012년도 광역경제권 거점기관지원사업 중 첨단메디컬 신소재(섬유) 개발사업 일환으로 3년간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호N.T가 개발을 추진 중인 연기 제거 필터는 복강 내 온도와 수술방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수증기가 필터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이 개선된다. 회사 측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섬유를 이용한 복합필터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이 완료되면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해외 시장의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입 대체제품 개발뿐 아니라 군용 분야로 진출하는 기업도 있다. 삼일방직은 이달 24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DYETEC연구원,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항공피복용 특수 전투복 개발에 들어갔다.
삼일방직이 개발할 전투복은 보온기능과 난연기능 외에도 그동안 적용되지 않았던 전투복 기본 특성인 위장성을 겸비한 디지털 문양을 표현할 수 있어 적지에 불시착했을 경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삼일방직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뒤 개발시험평가 및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2014년 4월 육군 측에 개발 제품을 수의 계약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섬개연 이춘식 원장은 "올 초까지 호황을 누렸던 지역 섬유업계가 수출 환경이 악화됐지만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와는 달리 투자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